아침의 너스르르한 빛은 성당의 벽을 천천히 덥힌다. 


 아주 느리게, 사소한 변화를 가져다줄 엷은 빛, 기도. 나즈막한 기도의 소리는 그 빛에 감화된 인간의 형상임이 틀림없다. 혼자 죽을 수 없는 인간만의 연약한 몸짓이다. 


 고해소의 인외경,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흘러가는 수돗가에서 나는 점잖은 재능을 되새겨 뭉툭한 경멸이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선을 헤집는다. 살짝 열어젖힌 창문 틈으로 들어온 여름의 공기, 매미의 소리,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 나뭇잎의 부슬거리는 소리. 죄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죄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인간.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너무 깊이 내려온, 고향을 등진 죄인. 


 죽어라. 차리라 죽어라. 그 길을 걷지 못할 곱아든 다리를 위하여서 참담한 삶을 버티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새파란 입술이 떨려오는 여름, 그 더위, 힘없는 발길질. 조그마한 태아, 완고한 남성. 떨리는 호흡을 이어가는 노인.


 칼을 뽑아들고 단숨에 내리쳐 그 떨리는 호흡을 끊었다. 헐떡거리는 폐에서 새빨간 피가 솟고, 뚫린 피부에서는 검붉은 피가 솟는다. 자극과 죄, 그 깊은 고뇌를 거쳐야만 비로소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