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양의 가운데에 고립되었다.

그동안 넘어선 파도가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파도를 넘었다.

이제는 끝을 볼 시간이다. 처음에는 목적 없는 항해였지만, 여전히 목적도 항로도 없지만, 난 파도에 맞서 이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아야 한다.


오늘, 내 세계가 깨졌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른다.

목적성 없는 항해, 목적지 없는 항로. 내가 흘린 피로 만들어진 길이자 다른 이들을 희생시켜서 그 살갗을 펼친 길. 오늘도 나는 목적성 없이 파도를 넘는다.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마지막 친구마저 잃으며 이젠 아무것도 쓸모없으니까.

그러자 인어들이 찾아왔다. 인어들은 노래한다. 나는 홀린 듯이 그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내 항해는 존재하지 않을 끝으로 향한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파도를 넘었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디서든지 다시 만나기를 나침반을 대신하는 북극성에게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