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의 무덤은 보다 무거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호사가들의 입담이 있다. 모험가들은 이에 반박하지 못했다. 살아 돌아온 이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 무덤 위에 세워진 도시는 오늘도 불야성을 이루며 온갖 모험의 무대가 되어 그 시체로 스스로를 불린다.


한 도둑이 죽은 자리에는 그가 예비해둔 무덤이 무겁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 황제들의 무덤조차 넘보지 못할 커다란 산봉우리, 축축한 흙을 파고들어가면 보이는 것은 괴기할 정도로 뒤틀린 도둑의 흔적이다. 이 세계의 모든 양식이 쌓여 퇴적된 듯 혼란스러운 유적지에선 모든 형태의 악의가 집약되어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입모아 말하길, 그곳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의 죽음을 상징하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가늠하는 함정들로 뒤얽혀 산 자를 거부하고 죽은 자를 일으킨다. 뒤얽힌 뼈들은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무덤을 복원하고 있다. 운 좋게 스스로 함정이 되지 않은 이들은 그 곳에서 막대한 재보를 훔쳐 달아나다 같은 모험가들에게 죽임을 당하곤 한다.


그러나 모여드는 사람의 수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줄어들 수 없다는 듯 도시는 계속해서 커져나가 마침내 무덤의 크기와 견줄 수 있게 되었다. 모험가의 뼈로 새워진 건 매한가지리라.


이런 경이를 이루어낸 대도의 위업을 칭송하는 얼치기들은 언제나 많다. 그들이 걸러지고 걸러진 끝에는 도둑에게 욕을 서슴치 않게 돼지만, 그런 감정마저 사라지고 이 도시를 떠나는 사람은 결코 없었다. 도둑은 마지막까지 무엇인가를 훔치길 원했다는 것처럼 금에 홀려버린 자들이 기거하는 도시는, 그 아래에 있는 것처럼 화려하고, 부유하며, 악의가 넘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어느 부분에서는 도시가 더하기도 했다.





그런 도시에서 소녀가 자신을 자각한 것은 왠 원숭이 손이 자신의 머리에 털썩 하고 붙었을 때였다. 소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 사실 자신은 엄청난 도둑이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자신의 묫자리를 도굴하기 위해 나섰을 정도로 정통한 도둑이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사실이 아닐 수 없음이라, 소녀는 그 아찔한 사실에 정신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현실이 바뀐다던가? 분명 어제까지는 자신이 평범한 소녀였음을 의심치 않았지만, 오늘은 자아정체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소녀는 이 괴기한 마물이 머리에 붙자마자 이런 사실이 떠오른 것은 분명 자신이 미쳐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정도로 정신을 잃었다. 결국 소녀는 비명을 질렀고 주변의 모험가들이란 모험가들이 모두 그녀를 볼 만큼 지랄발광을 떨었다. 오줌도 쌌다. 


불행히도 소녀는 전생이 무엇이었던 간에 지금은 고아였다. 그렇게 소녀는, 고아원을 빙자한 노예시설의 주인장이 드디어 이년도 상품가치가 없어졌구나 할 때까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쓰래기를 막 버리면 탈이 나는 법이라, 소녀는 그대로 고아원으로 얌전히 귀가했다(끌려갔다).



이 모든 광경은 잠시 도시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뿐, 꿈처럼 휘발되어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