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0838381


화웨이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 설계만, 제조는 TSMC가


"미국 압력에 TSMC가 공급 끊으면 화웨이에 극심한 타격"



미국의 수출 제한 대상 기업 목록에 올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華爲)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한 핵심 반도체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가 공개한 '비밀 병기'는 바로 산하의 반도체 업체인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하이쓰반도체)이다.


미국 정부가 자사를 거래 제한 대상인 '블랙 리스트'에 올리고 나서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의 여러 업체들이 실제로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나섰지만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적으로 만드는 '자력갱생'의 길로 가면 된다는 것이 화웨이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에 하나의 불안정한 변수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CM와 협력이 끊어지면 화웨이의 '반도체 자력갱생'의 꿈이 좌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실리콘은 지난 2004년 화웨이가 세운 반도체 자회사다.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설계와 판매에 전념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다.


화웨이의 공격적인 연구개발(R&D) 정책에 힘입어 하이실리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일부 반도체 제품 설계 능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이날 중국 언론들과 만나 자사가 미국의 반도체와 똑같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실리콘의 허팅보(何庭波) 최고경영자도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 리스트에 올린 직후 사원들에게 돌린 글에서 "수년 전부터 극한 생존의 상황을 가정하고 언젠가 미국의 선진 칩과 기술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라도 고객에게 지속해 서비스할 수 있게 준비해왔다"며 "오늘 역사적인 선택에 의해 우리가 준비한 비상용 타이어를 사용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를 실제 주로 생산하는 것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다.


'대만 반도체의 대부'로 불리는 장중머우(張忠謀)가 1987년 세운 TSMC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48%의 시장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TSMC가 대만에서 설립된 기업이어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 듯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사정은 더 복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화웨이에 적용된 미국의 수출 제한 대상에는 미국 기업의 제품뿐만 아니라 '미국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포함된 다른 나라의 제품도 해당된다.


중국의 한 IT업계 관계자는 "장중머우 창업자는 미국 반도체 업체에서 성장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며 "TSMC가 미국 기술 기반 위에서 설립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어떤 유권 해석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TSMC는 미국 등 외국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대만 행정원국가발전기금이 이 회사 지분 6.38%를 보유하고 있지만 JP모건체이스, 뱅가드 등 여러 미국 기관들이 보유한 각각 보유한 지분도 적지 않다. 기관과 개인을 포함한 외국인 지분은 77%가 넘는다.


정치·안보 환경 측면에서는 연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무력 통일 불사' 발언 이후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만에서도 중국 본토를 향한 경계감이 커진 분위기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다양한 대외 요인 속에서 향후 TSMC가 선택의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TSMC는 지난 17일 "일차적인 판단을 거친 결과 화웨이 납품 계획을 변함없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다만 향후 계속해서 관찰과 평가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