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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결국 이준석은 신당 창당 떡밥을 꾸준히 흘리면서 여론조사를 확인했고, 지지세가 상당히 높게 나오자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결심함. 양당 비토, 혐오 정서가 심해지면서 할 만 하다고 느낀 것으로 보임.


천아용인 및 지지층과 탈당한 이준석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준석이 16국당의 전례를 따라가고자 한 것으로 해석함. 영남 30석 운운한걸 보면 영남에서 지역구 몇 석을 얻어오고 비례대표도 한 20% 받는걸 목표로 한 것으로 추정됨.


아마 국민의힘 공천 파동으로 넘어오는 현역 의원들과 그들의 조직을 이용해서 영남을 석권하려고 했겠지. 그렇게 영남 보수층과 중도층의 표를 받아 순식간에 대형 정당이 된다!라는 전략이었을 것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준석은 처음부터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가 없었어. 여기에는 크게 다섯 가지 요인이 있어.


첫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이고 국민의힘은 여당이야. 여당의 이점은 정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꽂아넣어줄수 있는 자리가 많다는 거야. 국민의힘은 공천 탈락자들을 어딘가에 꽂아넣어주는 식으로 달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탈당할 메리트가 줄어들지.


둘째, 국민의힘 내부 세력 갈등은 한쪽으로 기울었음. 친이준석 계열 당원들은 아무리 많이 쳐줘야 전체의 20% 수준이었고, 친이준석 의원들도 거의 없었어. 반대로 2015년 새정연 전당대회에서 박지원은 무려 문재인을 당원 투표에서는 앞섰었고, 국민의당에 따라나선 현역 의원도 20명이었어.


셋째, 영남 민심을 공략하기에 부족했음. 영남은 그 당시 호남과 다르게 우리가 홀대받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음. 당장 윤석열에 대해 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해도, 그게 이준석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임. 윤석열 본인이 자주 대구 방문하고 그랬는데 왜 홀대 받는다고 느끼겠어? 더군다나 이준석이 영남에 대단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선 도중에 본인이 상대적으로 영남을 홀대했다라는 말도 듣기도 했어. 실제로 이준석과 국힘 예측보다 영남에서 이재명 득표율이 좀 더 잘나오기도 했고.


넷째, 이준석은 8년 전 안철수가 아님. 그 당시 안철수는 신선하고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대권 주자 유망주였음. 반면 이준석은? 이미 거대 정당 당대표까지 해본 사람에 이미지도 좋지가 않아 갤럽 여론조사에서 항상 호감도 꼴지, 비호감도 1등을 차지하던게 이준석이잖아. 심지어 개인적인 자금력조차 안철수에 비교할게 못되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만한 이유 하나, 이준석 본인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비호감이 있을거야. 모두 잘 알겠지만 이준석은 그동안 남들이 보기에 싸가지 없다고 느껴지는 언행을 자주 해왔고, 영남 의원 상당수를 구태 정치인, 나쁜 사람, 비만고양이라고 욕해왔음.


그런데 자존심 높은 의원 나으리들이 이제 와서 저러는, 심지어 아직까지도 자신들을 조롱하고 있는 이준석을 따라가고 싶겠니?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가고 말지.


이렇듯 이미 시작부터 불가능한게 초록국당 모델이었어. 현역 의원과 현지 민심 모두 안 따라준다는데 어떻게 바람을 일으킬 수가 있겠어?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악재까지 겹침. 바로 한동훈의 등판. 솔직히 말해서, 한동훈은 저관심층과 중도층에게 생각보다 소구력이 있는 사람임. 그리고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한동훈은 공천 파동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현직 의원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공정한 경선 제도를 약속하는 한편, 경선 시기 자체를 미뤘어. 또한 영남 중진들에게 요구하는 '희생'도 수도권 험지(내지는 험지를 넘어선 사지)에 내보내는 것이 아닌 역내 험지 출마로 완화시켜서 이들을 달래고 길들였지.


이렇게 국민의힘이 생각보다 공천파동 대처를 잘할 동안 개혁신당은? 금고는 비었고 합류 인원은 미약하고 지지율은 점점 하락하고 당원 숫자는 어느새 정체되네? 그러면서 보수의 노아의 방주를 말한다? 정치인들이 갈 이유가 뭐가 있을까. 열정과 비전이 단데, 이 둘은 밥은 못 먹여주잖아?


친유계의 개혁신당 합류도 사실상 전무했어. 이들은 이미 바른정당 분당을 겪어봐서 이준석의 신당 창당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봤겠지. 거기에 한동훈도 정책의장 유의동과 계속해서 밀접한 교류를 하는 등 이들을 어느 정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이런 친유계의 침묵은 김웅의 불출마 선언과 유승민의 신당 합류 거절로 완전히 현실화되었지.


일각에서는 유승민이 안 와서 신당이 망한거라고는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신당이 망할거 같으니까 유승민이 안 간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준석 본인과 측근들도 정작 유승민을 만나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들도 유승민 영입에 그렇게 진심은 아니었던거 같아.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