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太祖)는 뛰어난 무용()과 영웅적인 자질로서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들을 편안케 할 방략()을 품었으므로, 하늘이 돕고 사람이 돌아와 드디어 대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호걸들을 모아 결집하고 주변의 강토()를 개척해서 위덕()이 널리 퍼지어 먼 곳에서까지 인심이 돌아오니, 역적 견훤()이 무릎을 꿇고서 내조()하고, 김부(, 경순왕)가 속수무책으로 국토를 바치게 되었습니다. 신라와 백제를 평정하여 삼한()을 통일하였으니, 그 공적이 얼마나 성대한 것이겠습니까? 비록 전쟁을 겪으며 나라를 새로 창업할 때라 아직 모든 제도를 정비할 겨를이 없었지만 그 규모야말로 원대한 것이었습니다.

혜종(惠宗)·정종(定宗)은 서로 이어가며 서업()을 지켰고, 광종(光宗)은 총명하게 듣고 결단하여 비로소 더불어 큰 일을 할 만하였으나, 의심하고 괴퍅()함이 날로 심하여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들이 뜻을 얻어 골육()의 가까운 사람들을 죽이고 장상()들을 도륙하매,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 나라의 근본을 잃을 뻔하였으니, 비록 문아()의 아름다움이 있다 하나, 칭찬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경종(景宗)은 처음 정사를 볼 때는 전왕의 실정()을 거울로 삼아 참서()를 불사르고 원통한 옥사()를 풀어주었으나, 갑자기 만기()에 싫증을 느끼고 성색()에 깊이 빠져 향년()이 길지 못하였습니다.

성종(成宗)은 힘써 행하고 조심하며 두려워해서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적전()을 갈며, 학교를 설립하고 현재()를 권면하며, 절의를 숭상하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구휼하며, 모든 제도를 일신()하였으니, 가히 수성()의 좋은 임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