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이 왕에게 전문(신하가 제후왕에게 올리는 글)을 올려 이르기를,


"신은 보잘것없는 중으로써 성상의 지극한 은혜를 입어 높은 벼슬에 오르고 성상의 스승으로써 외람된 직위에 올랐습니다. 성상께서 신에게 명령을 내리시어 나라의 권세 있는 이들이 양인을 노비로 삼고 국가의 토지를 빼앗아 백성과 나라가 쇠잔하였던 일이 바로잡아져 억울하게 노비가 된 자가 다시 양인의 신분을 화복하고 빼앗은 토지가 다시금 국고로 귀속되게끔 하니 나라의 가장 큰 악이 없어지고 하늘도 나라와 신민을 위하는 성상의 지극한 마음에 감복하여 홍수와 가뭄을 거두었습니다.



신이 감히 아뢰건데, 이제 가장 큰 근심이 사라졌으니 신이 외람된 지위에 올라야 할 까닭도 없어진 것입니다. 이제 삼한의 신민이 평안하오니 신은 외람된 지위를 놓고 다시금 산으로 돌아가 승려로써의 수행을 하고자 하옵니다.



예로부터 갑작스레 권력을 얻은 신하는 그 성품이 성인과 같지 않은 이상 반드시 임금과 나라에 크나큰 해를 끼쳐 결국 자신의 신세를 망쳤으니, 신이 벼슬을 내려놓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풀기 어려운 밧줄을 칼로 풀었으면 이제 그 칼을 더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니, 이제 신은 그 역할을 다 마친 것입니다.


하오니, 성상께서 신의 청을 받아 주시어 신이 초야로 돌아가게끔 하여 신의 마음을 평안케 하여 주신다면 죽어도 바랄 일이 없겠습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