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귀결되면서 당을 이끌어 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해 이날까지 106일간 선거전을 진두지휘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여권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위원장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한 위원장이 이에 응했다.


한 위원장이 합류한 직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방문하는 지역마다 지지자들이 몰렸고,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그의 언행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한동훈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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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살리기' 청계광장 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를 마친 뒤 이동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발 각종 논란도 한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부터 총선 목전에 불거진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의정 갈등까지 악재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특히 각종 논란에 대한 수습 방향을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한 위원장이 확실히 선을 긋지 못하고 기울어진 당정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그에게 뼈 아픈 총선 성적표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정치 초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능 대표를 제외한 비례대표 공천, 정권심판론이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에서 자세를 낮추기보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에 초점을 맞춘 선거 캠페인 등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도 불만이 제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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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 위원장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비대위원장직 사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퇴 후에는 외국으로 떠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의 ‘총선 후 유학설’은 선거전이 이어지는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여권 내 ‘대안 부재론’과 이번 대패가 오롯이 한 위원장 책임이 아니라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아 사퇴하지 않고 당 수습에 전념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한 위원장이 없었더라면 더 큰 참패를 당했을 것이라는 의견과 정부의 실기를 한 위원장이 어느 정도 막아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앞서 한 위원장은 총선 유세 때 “내가 선거 끝나면 유학을 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나는 뭘 배울 때가 아니라 여러분을 위해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권남영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