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골국 삼한등처행중서성(三韓等處行中書省) 한민국 충청로(忠淸路) 청주군.


청주군 군청(구 청주시 시청).


"..하여, 이 안건은 다음과 같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불만 없으시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전쟁이 끝난 이후부터 충청로를 담당해온 몽골의 다루가치가 고개를 까딱대며 말하자, 청주군의 의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다루가치는 다리를 책상에 올리고 잠시 손가락을 비비더니, 이내 손가락을 다시 내리며 다음 안건을 꺼냈다.


"뭐, 그럼 다행이고. 다음 안건은...오송역 대신 세종부 쪽으로 철로를 재구성한다...이거 맞지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건을 꺼내자마자, 청주군 의원들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거, 소리 좀 낮추실 수 없습니까? 귀청 떨어지겠네!"


다루가치가 그렇게 말했으나, 그들은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항의할 뿐이었다. 아무리 수직관계가 있어도, 이건 그럴 만했으니까. 


"아, 아니, 오송역을 재건치 않는다니요? 저흰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오송역을 재건하지 않고 아예 다른 곳으로 철로를 변경한다 하면 청주군 사람들이 반발할 겁니다, 갖은 노력으로 간신히 오송역을 세웠는데, 그걸 없애면.."


"없애면요, 뭐 어떻게 된단 겁니까?"


"청주에서..시위..가 발생할 지도 모릅니다."


청주군 의원들은 다들 하나같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지난 전쟁 당시 상당히 파괴되어 인구가 15만으로 줄어들고, 서울과 대도시들에 의해 재건 순위에서도 밀려나 불만이 가득한 청주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오송역을 폐쇄하고 철로를 변경해서 아예 따로 짓는다?


시위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고, 어쩌면 대규모 폭동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루가치는 그런 군의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뭘 그런걸 걱정하냐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거,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그까짓 시위야 진압하면 그만 아닙니까? 탱크로 깔아뭉개면 그만인 일을 뭐가 그리 두렵다고 그리 벌벌 떠는지 참."


정적.


갑자기 군청 내에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저것들이 들고 일어나봤자, 어차피 정해진 걸 못 바꿉니다. 오히려 반란을 일으키면 그게 더 좋지요, 초장부터 강하게 나가서 반역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일 좋은 기회 아닙니까?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만."


정신이 혼미해지기 직전인 군의원들 사이에서, 한 의원이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말을 더듬으며 다루가치에게 물었다.


"그..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이미 불만이 가득찬 것이 터진 상황에서 강하게 나가면,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일이 커지면 주변 지역에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고요."


군의원은 그리 말하며, 제발 이 다루가치가 조금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들고 일어나라고 하시오, 다 죽이면 그만이니까."


"....예?!"


상상 이상의 폭언에, 질문을 한 의원은 물론 주변의 의원들조차 술렁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3억을 죽였고, 여기선 2천만을 죽였는데, 겨우 15만을 못 죽일 것 있습니까? 반역자는 싹 쓸어버려야지요."


모든 의원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개중 누군가는 아예 거품을 물고 기절하기 직전이었고, 누군가는 제가 지금 제대로 들었나 의심하며 제 귀를 의심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뭐, 어쨌든 안건은 다 찬성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혹시 이의 있으시면 지금 나와서 손 드시면 됩니다."


다루가치는 그런 의원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만 안건에 관한 찬반을 논할 뿐이었고, 정신이 반쯤 나간 군의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 찬성하신 거죠?"


"....."


"귓구녕이 막히셨나? 다 찬성이냐고 물었는데 씹으시네."


다루가치가 그렇게 말하자, 그네서야 정신이 번쩍 든 의원들이 하나같이 다급하게 말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귀 안 막히셨네, 그럼 저는 이만."


다루가치는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다루가치가 나간 것을 확인한 의원들은, 자리에 주저앉거나, 허공을 그저 하염없이 쳐다보거나, 혹은 아예 울부짖으며 통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