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슬람 공화국 타브리즈시.


"꺄아아악!"


이란군과 몽골군의 최후의 전투가 끝난 뒤, 타브리즈 곳곳에서는 건물이 불타오르는 검은 연기와 몽골군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중동 국가들의 지원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해도, 이미 이란이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기를 포함한 여러 물자를 지원했음에도 발루치스탄, 후제스탄이 몽골군에게 무너지고, 마침내 이란이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의 국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급하게 물자 지원을 중단했다.


이미 희망이 없는 쪽을 편들어 굳이 몽골의 분노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몽골은 중동 국가들이 이란을 지원하던 하지 않았던 이란이 안정화되는 즉시 그들을 침공할 계획이었으나, 그들이 이것을 알 리가 만무했다.


타브리즈가 지옥으로 변한 뒤에는, 바그다드가 다시금 짓밟힐 것이고, 아인 잘루트에서 그들을 물리친 명장 바이바르스도 없으니, 레반트도, 카이로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이제는 해군을 육성하였으니, 섬나라인 바레인도 파괴를 피하지 못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더 이상 그들을 지켜줄 자들이 철수한 사우디도 더 이상 성지를 안전하게 지키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는 훨씬 나중의 이야기였으니, 지금은 타브리즈가 가장 끔찍한 지옥이리라.


끝끝내 항복을 거부한 타브리즈는, 몽골군의 방식대로 무자비하게 학살당하고, 약탈당하고 있었다.


"Аллахаас өөр бурхан байхгүй!(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


-퍽


한 몽골 병사가, 총도 내던지고 도망치는 이란군 병사의 정수리를 도끼로 내려치며 몽골어로 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고 소리쳤다. 


"Аллах ивээг!(알라후 아크바르!)"


"꺄아아아악!!"


"누나-! 누나-!!"


그런가 하면, 다른 몽골군 병사는 알라후 아크바르를 몽골어로 발음하면서 실컷 웃으며 여인의 머리채를 붙잡아 끌고 가고 있었다. 


몽골식 억양이 묻어난 알라후 아크바르가 온 타브리즈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더 커져갔다.


몽골군들은 타브리즈 시민들을 살육하고, 물건을 약탈하면서 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 알라후 아크바르 등 알라를 찬양하는 말을 와쳐댔다.


무슬림들을 죽여대면서 무슬림이 하는 말을 따라하니, 참으로 모순된 광경이었다.


"알라시여...제발 자비를 베푸소서... 제발- 컥!"


-탕


구멍이 숭숭 뚤린 건물 내에서, 공포에 질려 기도하는 무슬림의 이마를 한 몽골군 병사의 총탄이 꿰뚫고 지나갔다. 


그 무슬림의 고개가 뒤로 넘어가고, 이내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며 무슬림은 눈을 부릅뜬 채로 고꾸라졌다.


"Ямар гайхалтай хүмүүс вэ, тэд ийм нөхцөлд ч залбирдаг.(참 대단한 놈들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기도를 하다니.)" 


몽골군 병사가 시체의 머리를 군화로 툭툭 차며 비웃음 가득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 순간. 


-딱!


"Новш!(씨발!)"


갑자기 무언가 돌 같은 것이,이 몽골군의 방탄모를 가격했다.


몽골군 병사가 돌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해 보니, 한 어린아이가 씩씩거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Энэ хүүхэд үхэхийг хүссэндээ галзуурсан байх...!(이 새끼가 뒤질라고 환장했나...!)"


그는 곧바로 피가 가득히 묻은 도끼를 들고는, 그에게 돌을 던진 아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휙


아이는 다시 돌을 들어 그를 향해 던졌지만,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옆으로 숙여 피해버린 바람에 맞추지 못했다.


몽골군 병사가 점점 다가오자 아이는 몸을 틀어 도망쳤다.


아니, 도망치려 했다.


그 병사가 꺼내든 권총에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박살나지 않았더라면.


-탕!


"악!"


아이는 비명소리를 짧게 내지르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지며 고통에 힘겨워하며 비명소리를 냈다.


"끄으아아악!! 아파!!!"


그러나 아이에겐 고통에 겨워 있을 시간이 없었다. 분노한 표정으로 다가온 몽골군 병사가 아이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치려 했으나, 오른 다리의 고통에 곧 멈춰서며 다시 고통스러워했고, 그와 동시에 아이의 앞에 검은 군복을 입은 다리가 보였다.


아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위를 올려다보았고, 몽골 병사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병사는 피가 흘러내리는 도끼를 두 손으로 잡더니, 이내 그것을 위로 번쩍 올렸다.


최후의 순간, 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콰직


피가 깨진 유리창에 가득히 튀었다.


몽골군 병사는,


"Аллах ивээг!(알라후 아크바르!)"


하고 외쳤다.


무슬림들은 타브리즈 곳곳에서 몽골군들이 날뛰며 외쳐대는 몽골어를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 했으나, 적어도 그들의 비웃는 듯한 억양만큼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너희가 이러한 짓을 당하는 것도, 다 알라의 뜻이라고 조롱하는 듯 했다.


알라는 너희를 버렸다고, 다시금 돌아온 지옥의 군대가 너희의 신을 패배시켰다고 말하는 듯 했다.


이 땅에, 너희가 설 곳은 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