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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선자 175명 전수 분석] 당내 10% 비주류로 쪼그라들어

김태년·고민정·윤건영·김영배 생존


4·10 총선에서 175석 거대 1당 달성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이지만, 공천 과정에서 부각된 현(現)주류 친명(親이재명)과 구(舊)주류 친문(親문재인) 간 갈등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총선 이후에도 PK(부산·울산·경남) 선거 결과를 두고 친명·친문 지지자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당이 친명 위주의 당으로 완벽히 재편됐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문계는 그 반대편에서 비주류로 쪼그라들었다. 시사저널이 민주당 당선자 175명을 전수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등에서 요직을 지냈거나 당에서 친문으로 분류됐던 인사 중 친명계로 분류되지 않는 이는 2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175명 중 10% 안팎의 비율이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박수현(국민소통수석)·정태호(일자리수석)·고민정(대변인)·윤건영(국정상황실장) 당선자,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 일한 이인영(통일부 장관)·한정애(환경부 장관)·황희(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당선자를 꼽을 수 있다. 또 원내대표를 지낸 5선 중진 김태년 당선자, 서울 성북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영배 당선자,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 중 부산에선 유일하게 당선을 이뤄낸 전재수 당선자, 경남에서 수성에 성공한 4선 민홍철·3선 김정호 당선자도 있다. 총선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지원사격에 나서 첫 원내 입성에 성공한 허성무·김태선 당선자도 눈에 띈다. 


현재 친명계로 평가되는 인사 중 과거 친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까지 합치면 친문 당선자는 50여 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친명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사도 다수다. 친문의 분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비명으로 평가되는 친문 중에도 진명(眞이재명)으로 분류되지 않을 뿐이지 이 대표나 친명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가 적지 않다. 친문과 친명을 대립 관계로만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현 이재명 지도부 최고위원인 고민정 당선자는 핵심 친문이면서도 친명계와 가까운 대표적인 인사다. 그러나 고 당선자는 총선 과정에서 공천 파동에 불만을 제기하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갈등이 수습된 이후에 다시 복귀하기도 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문 핵심 다수가 밀려났다. 경선에서 탈락한 전해철·박광온 의원, 경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컷오프(공천 배제)된 홍영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희망했으나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이 일며 컷오프됐다. 이는 박용진 의원 문제와 함께 민주당 공천 파동 중 최대 이슈로 작동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태년·고민정·윤건영·김영배 당선자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페이스북·국회사진취재단원본보기

왼쪽부터 김태년·고민정·윤건영·김영배 당선자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페이스북·국회사진취재단



"文 전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은 분명해"


앞으로 친문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자연스럽게 친명에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고, 친문끼리도 끈끈함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친문계가 이를 갈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희생자로 부각된 임종석 전 실장이나 박광온 의원이 중심에 설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총선에서 비례 12석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 대표는 총선 후 5일 만인 4월15일 민주당보다 먼저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 전 대통령과 친문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계가 이번 총선을 치르며 당내 주류에서 상당히 밀려난 것은 사실이다. 일종의 정치적 반작용이 그만큼 쌓여있다. 친문은 집권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분명하고 여전히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세력화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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