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s://sovidence.tistory.com/1256


나는 이전에 한국 망국론이 '느낌적 느낌'이라며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인구만으로의 경제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글이었는데, 이런 반박이 들어왔다.


'현상 유지에도 어려워 1%대 성장률이 10년쯤 계속된다는 예측은 절대 이상한 예측이 아닙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망국론 따위들하고는 차원이 다르게, 느리지만 관찰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게 다가오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이미 한국 경제 성장률이 작년에 1.4%로 주저 앉았습니다. 추세 하락이 더 이어져오고 있고요. 문제를 굉장히 과소평가하고 계시네요'


하지만, 며칠 전 발표된 올해(2024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월 대비 +3.4%였다. '1%대 당뇨병 경제의 10년 지속'은 1달만에 틀렸다고 판명되었다. 한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 예측이었다.


물론 인구변화에 기반해 사회를 예측하는 건 필요한 사고실험이지만, 그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걸 인식해야 한다. 며칠 전에 국민의힘 패널이 앞으로 5년 간 보수 유권자가 150만명이 돌아가시기에, 보수가 위기에 처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기사를 봤다.


다른 모든 변수가 동일하고, 인구만 바뀌면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만, 과연 다른 모든 변수가 동일할까? 이 기회에 인구 기반 예측의 한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다.


2000년대,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구통계학적으로 앞으로 민주당이 더 유리할 것이며, 잘만 하면 장기집권도 가능하다'라는 것이 정설처럼 보였다. 이유는 크게 2가지, 시골/백인보다 진보적인 도시/소수인종 인구의 증가.


하지만 이 예측은 2가지를 놓쳤다. 첫번째는 공화당의 개리멘더링으로 하원에서 민주당이 불리해지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소수인종에서의 공화당 지지증가다.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되는건 '인종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다. 인종 간 격차보다는 인종 내 격차가 더 중요해지고, 경제적 처지 결정에서 인종의 상대적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소수인종이 자신의 문화적 선호와 성향에 따라 공화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인구변화만으로 미래 정치를 예측하는 일은 '그 인구구성원의 현재 속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라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졌으며, 대부분의 역사는 그 인구구성원의 현재 속성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았기에 거기서 빗나갔다. 인구변화는 인구행동에 기반하고 인구행동은 인간의 선택인데, 상황이 바뀌면 사람들은 선택을 바꾸고 그렇게 인구행동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의 지속성을 가장한 인구예측은 틀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는 10년 전에 '서울의 보수화, 경기의 진보화, 그리고 사회의 가속되는 진보화'를 예측한 적이 있었다.(당시에만 해도 경기도보다 서울의 진보세가 강했던 시절) 당시 내가 했던 예측의 근거는 3가지였다.


1) 서울 중산층과 중하층 30대의 경기도 이주 가속화, 서울의 고령인구 비중 증가로 인한 서울 보수화, 경기 진보화

2) 86세대가 50대가 되는 10년 후에는, 20~50대의 인구가 60대 이상 인구를 압도할 것이기에, 한국의 정치사회적 진보화가 가속화될 것


나는 1번은 맞췄지만, 2번은 틀렸다. 나는 2가지 변화를 간과했다. 첫번째는 청년층, 특히 청년 남성의 보수화. 그리고 두번째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 보수화(https://arca.live/b/society/104549534)다.


이런 말을 하면 항상 '정치적 예측과 경제적 예측은 다르지 않나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하지만 경제를 예측하는 사람들 중 10년 전에 AI의 지금처럼 폭발적 성장을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되고, 앞으로의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이 걱정은 기계의 발전과 더불어 유구한 역사를 가진 걱정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주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다. 'AI는 지금까지의 기계들과는 다르게 명백하게 인간 노동력의 보조수단이 아닌 인간의 노동력 대체를 목표로 하는 기관이다'라는 논리인데, 하지만 정말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자동화와 관련해 가장 많은 연구를 진행한 학자 중의 한명인 David Autor는 사뭇 다른 예측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AI는 오히려 중산층 재건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가 아닌 사람이 없어서 문제인 세상이 올 것이다'.


1) AI로 없어지는 일자리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인해 노동력 부족이 발생하면 AI 도입에 대한 저항은 완화될수밖에 없다.

2) 안 그래도 자동화 1등 국가인 한국의 자동화는 더욱 촉진되며, 이로 인해 1인당 생산성의 증가가 가팔라진다.

3) 한국 청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동화 촉진을 보다 용이하게 할 것이다.


요약하면, <높은 교육수준+인구 감소>→<낮은 AI 도입 저항성>→<경제 발전>→<이민 유입의 증가>


이런 식의 경로를 밟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가? 인구를 기반으로 한 "정해진 미래"는 좋게 표현하면 사고실험에 적절한 방식이고, 현실에서는 마케팅적으로 유용한 표현이지 실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론은 아니다.


인구 변화에 기반한 미래 예측은 "도전과 응전"의 상황을 더 명확히 인식하기 위해 유용한 것이지, 그 자체가 정해진 미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