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골국 삼한등처행중서성 경상로 안동현.



한국이 몽골과의 전쟁에서 대패하며 사실상 속국이 된 이후로는,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는 사실상 보기 힘들어졌다.


정확히는 있었는데, 없었던 것이 된 것이다.


모여서 반대 구호를 외치는 순간 몽골군 전차의 포탄과 기관총 세례가 날아들었고, 마지막으로 몽골군의 인정사정없는 무자비한 진압이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설령 거기에서 무사했다 하더라도 살아남은 참여자들은 모조리 목이 잘려 장대에 내걸렸고,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이미 몽골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정부는 그 모든 것을 그저 무시하고, 어떻게든 지금의 상태로나마 국체를 유지시키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기울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몽골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 주어 잠깐 시위를 격화시켰으나, 아예 폭격기까지 동원하며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몽골군에게 결국 그 기세는 꺾이고 말았다.


최소한의 국체마저 완전히 무너지고, 나라가 완전히 몽골에 합병된 이후로는 더욱더 그랬다.


저항했던 자들이 모두 장대에 목이 내걸리고, 그 중 주모자들은 일가가 몰살당하는 꼴을 수도 없이 봐 왔던 그들은, 드디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했다.


이 강점기가 언제 갈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건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래침을 퉤 하고 뱉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체념과 절망의 심정으로 그저 이 잔악한 통치에 숨을 죽였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그랬을 터였다.


"이 씨발새끼들아! 이딴 곳에서 살라는 게 말이 되냐?! 전기도 안 들어오고 물도 안 나오는데 여기서 살라고?!"


"아 거, 행중서성에서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설치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몇 번을 말해? 왜 또 지랄이야!"


"아니 그걸 들은지가 한달짼데 지금 어떤 집에서도 물 못 받고 전기도 안 들어온다고! 아가리로만 씨부리면서 노력은 뭔 얼어죽을 놈의 노력이야!"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동안 발생한 반몽골 봉기는 주로 인구가 밀집된 구 경기도(경기로)와 서울과 대구 등에서 자주 발생하였다.


서울과 경기로는 전통적인 인구밀집지역이었기에 그러했고, 대구는 타 지역들에 비해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덜했기에 전후에 인구가 밀집되었기에 그러했다.


그렇기에 병합 이후 행중서성에서는 무장봉기를 막기 위해 이러한 인구밀집지역의 주민들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거의 경기도 등에서는 무려 500만의 주민이, 대구 등지에선 200만의 주민이  행중서성이 지정하는 장소로 강제 이주되었다.


행중서성이 주로 지정한 곳은 전쟁 이전에도 인구가 상당히 감소한 지역들이 대다수였는데, 주로 호남로, 충청로, 경상로, 강원로의 농촌 지대 등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대부분은 전쟁 이전에도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었고, 전쟁을 겪으면서 그 최소한의 인프라마저 박살나 재건이 완료된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씨발 하다못해 뭐라 지원이라도 해주면 말도 안하지, 그냥 텐트랑 이불 몇개 던져주고서 걍 알아서 쳐 살라고? 양심이 없냐 이 새끼들아!"


특히, 이곳 안동은 몽골과의 전쟁에서 몇 안되는 치열한 전투가 펼쳐진 격전지여서 그 파괴된 정도가 타 지역들보다 압도적으로 심했고, 곳곳의 파괴된 건물들, 불에 타거나 몸뚱아리에 구멍이 숭숭 뚤린 시신들, 파괴된 국군의 전차 등이 그대로 방치되어 거주 환경이 좋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넘어 최악에 가까웠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폭도들은 지금 당장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라! 그럼 이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이겠다!]


"씨발 좆까!"


"개새끼들아! 니들이 여기 살아보긴 했냐? 우리가 뭐 큰걸 바라냐고! 그냥 최소한 사람답게는 살게 해 달라는 거잖아!"


여기에 행중서성의 강압적인 이주 정책, 이렇다 할 특별한 지원 조치 등이 합해져, 지금 안동은 소요사태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정든 고향과 집을 버리고 떠나라는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순순히 명령을 따라 정착지에 온 사람들조차, 드디어 분노가 폭발해 이제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이르러 몽골에 반항한 것이다.


"야, 발포해."


그러나, 현장의 몽골군 장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괜찮겠습니까?"


"아 씨, 그냥 하라면 해! 저것들 족친게 어디 한두번이야? 그냥 반항하는 것들은 다 쓸어버리면 그만이야!"


그동안의 경험에 미루어보아, 저 폭도들은 어차피 전차포를 좀 쏘기만 해도 순식간에 기세가 꺾여 사방으로 흩어졌으니, 이번에도 그와 같이 하면 된다 생각한 것이라는 판단에 내린 명령이었다.


-쾅 쾅 쾅 쾅 쾅 


"어, 어어! 저 새끼들이 쐈다! 저 새끼들이 쐈다!!!"


몽골군 전차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