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인민공화국 광둥성 장먼시 애산진.



이곳 애산은 1279년 남송과 원나라 간의 최후의 격전인 애산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이 전투에서 남송의 군대는 최후의 항전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여 전멸한다, 최후의 군대가 사라진 대송은 태조 조광윤 이래의 수백 년 역사를 끝마치고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리고 수백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그 역사가 이곳 애산에서 반복되었다.


"보고드립니다, 현재 확인된 사살한 적 병력은 51339명, 파괴한 적 전차는 108대, 장갑차는 156대, 공격헬기 등은 33대로, 전투 전 파악한 적 전력의 99퍼센트 이상을 차지합니다."


최후의 인민해방군은, 이곳 애산에서 한 명도 남김없이 궤멸되었다.


전투가 끝난 애산의 평원에는 전사한 국민혁명군의 시체가 곳곳에 널려 있었고, 파괴된 전차와 장갑차, 공격헬기 등이 박살난 채로 불타며 검은 연기를 만들어 애산을 뒤덮었다.


전투의 여파로 곳곳의 폭발의 흔적이 남은 건물들에서도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불길이 치솟으며 온 도시가 화염에 휩싸였다.


"그래, 수고했네. 자네는 이만 가 보게."


"예, 남정원수 각하."


남정원수 오량카이 토곤테무르는 전과를 보고한 병사를 물리고는, 꽁꽁 묶이고 재갈이 입에 물린 한 인민해방군 장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인민해방군 대장 웬샹티엔(文尚天, 문상천)으로, 남송 최후의 승상이었던 문천상(文天祥)의 먼 후손이었다.


"어떻소?"


"...."


토곤테무르는 웬샹티엔에게 비꼬듯이 물었으나, 웬샹티엔은 머리를 숙이며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최후의 인민해방군이 전멸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일까.


"너희 나라가 망한 것은 이미 하늘이 정한 것이다. 역사상 흥하고 망한 나라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많은데, 너는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렸는가?"


토곤테무르는 살짝 비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동안 그저 입을 꾹 다물고만 있던 웬샹티엔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가망이 없다 해도, 마땅히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간호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나도 이 나라에게 녹을 먹는 장군이요, 관리다.


이미 나라가 망한다고 한들 최선을 다해 그것을 막야야 하는 게 관리로써의 본분 아니던가.


모든 관리가 이미 다 끝났다고,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그 나라는 철저하게 멸망해야 마땅하다.


나는, 다만 이 나라가 후대에 그런 평가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가망 없는 싸움에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나? 그저 네 명예를 위해서?"



"나는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따라온 것이다."


웬샹티엔은 토곤테무르를 노려보며, 정확히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전투를 하기 전, 그들에게 전투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자는, 지금 나가도 좋다고 분명히 말했다.


결코 속임수를 쓰지도 않았고, 분위기를 조성해 강제로 참여하게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그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웬샹티엔은 잠시 울먹이더니, 이내 눈물을 훔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들이 모두 도망치리라 생각했고, 기껏 해봐야 수백 명 정도만 남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지금 너희가 죽인 수만큼의 병사들이, 싸우겠다고 기꺼이 나섰다."


마치 너희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싸워 보겠다는 듯이.


웬샹티엔은 뒷말을 하려다 삼켰다.


그러나 토곤테무르는 이를 알고 있었는지, 무언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대의 말이 맞기도 한 듯 하다.


난 부관 하나 관리하지 못해 전투에서 패하게 되었으니, 나는 병사들을 사지로 몬 무능한 장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2차 애산 전투에서, 인민해방군은 몽골군의 공세를 2번이나 막아내었으나, 웬샹티엔 장군의 부관이 몽골의 회유에 넘어가 방어선의 약점을 가르쳐주는 바람에 3번째 공세에서 무너졌고, 결국 모두 전멸되었다.


그가 부관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바로 그것을 두고 이른 말이었다.


"뭐, 당신은 나름 최선을 다했소. 다만 배신자를 찾지 못한 것이 흠이지."


토곤테무르는 다만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