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골국 중서성 대도로 대도대학교.


삼한, 그러니까, 구 대한민국 장교 출신 병합공로자(=나라를 팔아먹은 자) 아버지를 둔 이종학이는, 마음 한켠이 갑갑해지는 것을 느끼며 오늘도 교수의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수업에 참여할 때마다,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고, 어딘가 꽉 막힌 이 기분은,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항상 이 강의실에 발을 디딜 때면, 자신의 아버지의 두 모습이 중첩되어 떠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기에는, 종학이가 원서를 간신히 넣은 대도대학교에서 합격 통지서가 날아온 그날, 종학이 아버지는 거의 반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미칠 듯이 기뻐해주고,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그 모습만이 떠올랐었지요.


그러나, 이제 종학이에게 아버지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묻고자 한다면, 어쩌다가 우연찮게 본, 자기와 같은 한국인들을 열등한 민족이라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고, 같은 한국인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그들의 돈을 빼앗는 그 추악한 모습이 떠오른다 할 것입니다.


종학의 아비는, 구 한국 시절 남다른 정치력과 처세로, 그 힘들다는 대장까지 오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 마음에 쏙 든, 달리 말하자면 자기에게 좋은 말만 하고 부당한 명령이라 할지라도 군말없이 명령을 따르는, 그런 사람은 어떻게든 하나라도 챙겨주려 하고,


반대로 조언을 해 주는 그런 사람의 말은 성가시게 들으며, 부당한 명령에 항의하는 참된 군인은 어떻게든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애를 쓰던 그런 위인이기도 했습지요.


가족에게도 참으로 위인이라 할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허구한 날 자기는 친한 장성들과 유흥업소에서 아가씨들의 몸뚱아리를 만지며 실컷 놀다가, 반대로 자식이나 마누라가 단 10분이라도 늦게 들어오면 욕지거리와 함께 소리를 가득히 지르며 폭력을 선사하는, 아주 참되고 참된 가장이라고 할 수 있었지요. 다만, 성적이 좋았던 종학이는 예외였습니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모두 전교 1등이었으니, 아비의 총애는 오로지 이 어여쁘디 어여쁜 종학이에게만 향했지요.


철없던 시절의 종학이는, 왜 누이와 형은 성적을 높여 아비에게 예쁨을 받으려 하지 않느냐고, 두 윗형제들을 꽤 경멸키도 했었습니다.


자기는 이렇게 높은 성적을 취득하여 아비에게 어여쁨을 받거늘, 어찌 형제자매들은 그것 하나 못하여 구박이냐 받느냐고 말이지요.


올 1등급을 맞아도, 아비가 그들에겐 이미 티끝만큼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는걸 알았다면, 그때 종학이는 형제들과의 사이가 지금처럼 최악을 달리지는 아니하였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