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 경이 날 황제로 옹립한 공은 높이 사오. 하나, 짐의 일까지 대신할 필요는 없소.


->경이 짐을 옹립한 공은 높이 사고 있소, 허나, 짐의 일까지 경이 대행할 필요는 없소.


강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현종: 이미 경이 다 결정하여 놓고, 나의 윤허를 청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소?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오. 이제부터 모든 걸, 내가 직접 살펴볼까 하오. 그게 황제로서의 책무 아니겠소?


->이미 경이 만사를 경의 의중대로 정하고, 짐의 윤허를 청하는 것이 대관절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오? 이제는 짐이 직접 국사를 돌보며 정사를 처리할 것이오, 그것이 임금으로써의 책무가 아니겠소?


강조: 폐하께서 무슨 능력으로 그리 하실 겁니까?


->황송하오나, 성상께오선 어찌 조정의 국사를 돌보고자 하십니까?


현종: 뭐, 뭐요?


강조: 폐하께서는 단 하루도 태자로 살아보신 적이 없으시옵니다. 단 한번도,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워보신 적이 없으시옵니다. 한데, 무슨 능력으로 국사를 직접 돌보시겠다는 겁니까? (책을 내리치며) 군사에 관한 것은, 장수들에게 맡기시면 되옵니다. 백성을 돌보는 일은, 재상들에게 맡기시면 되는 것이옵니다. 하니, 괜한 노고를 자청하지 마시옵소서.


->성상 폐하께오서는 단 하루도 동궁에 기거하시며 제왕의 덕을 배우신 적이 없나이다. 제왕의 덕을 비록 다 통달한 임금이라 할지라도 혼암한 군주로 사서에 남은 자들이 적지 아니한데, 그러한 근본적인 것조차 배우지 못하신 성상께서 어찌 국사를 돌보고자 하십니까?


폐하, 예로부터 현군은 유능한 장상(장수와 재상)에 의지하며 정사를 돌보았나이다, 군정에 관한 것은 장수들에게, 삼한의 백성을 돌보는 일은 재추들에게 일임하시옵소서. 노고를 자청하시어 옥체를 편찮게 하지 마소서.


현종: 중대사!!! 이러려고 날 황제로 옹립한 거요? 날 꼭두각시로 앉혀 놓고, 경이 황제 노릇을 하기 위해서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거병하였다더니, 실은 황실의 권력을 탐했던 것이오? 차라리 경이 용상에 앉으시오. 더는 날 내세우지 말고, 경이 용상을 차지하란 말이오. 만백성들을 향해 경의 본심을 드러내란 말이오!!


->중대사!! 이러고자 짐을 대위에 올린 거요? 짐을 앞에 앉혀 두고, 뒤에서 군권을 대행하고자 짐을 옹립한 거요?


대의를 실현하고자 거병하였다더니, 실은 임금의 위에 서고자 한 것이오? 그러하다면 차라리 그대가 보위에 오르시오. 일말의 군권(君權)조차 없는 허수아비 임금으로써 허송세월을 보내느니, 차라리 경이 용상에 올라 삼한을 천년만년 다스리는 것이 낫겠소!


강조:  진정 그걸 원하시옵니까?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이미 한 번 황제를 시해한 몸입니다. 한데, 두 번은 못할 거라 생각하시옵니까?


->진정 신이 용상에 오르길 바라시나이까? 주상께서 원하신다면 마땅히 그리하겠나이다. 이미 한 번 임금을 시해하였는데, 두 번을 못 하리라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