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몽골국 삼한등처행중서성 경기로 서울부 행중서성 건물(구 청와대).


-팍!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삼한등처행중서성 우승상은 분노한 표정으로 삼한등처행중서성 치안총감과 서울부경찰청장을 향해 서류철을 집어던지며 성질을 부렸다.


우승상이 내뿜은 살벌한 분위기에 기가 죽은 그들은 그 누구도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우승상의 분노를 감내할 뿐이었다.


한 마디라도 말대꾸를 했다가는 당장 이 자리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 재수가 없으면 이 성격 더러운 우승상에게 복날에 개처럼 두들겨 맞아 죽을지도 모르니까.


"뭘 어떻게 하면 우리 장교가 대낮 대로변 한복판에서 납치를 당한단 말이오? 거 입이 있으면 말을 좀 해 보시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만 하지 말고, 대책을 내놓으시오, 대책을! 어? 죄송하다고 사과만 한다고 뭐 달라지는게 있소?"


우승상은 치안총감과 서울부경찰청장에게 점잖게 호통을 쳤으나, 속에선 눈앞의 두 명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이 두 놈들에게 내 조카 놈을 챙기라고 분명히 말했건만, 그 조카가 대낮에 괴한들에게 납치당했다고 했다.


그럼 이것들이 조카를 보호하라는 자신의 말을 귓등으로 쳐먹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꼭 숙부로써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이건 도저히 좋게 넘길 수 없는 대사건 중 대사건이었다.


제1계급인 몽골인이, 대낮에 납치를 당한 전례 없는 상황이다.


그런 행동을 취할 정도로 대담한 자들이라면 필시 그 규모와 행동력도 대단할 터인데, 그런 것들이 있다는 보고는 통 받지 못했다.


즉, 그런 대규모 조직을 파악하지 못한 치안총감도, 그 조직이 서울에 잠입하여 자신의 조카를 납치하게 한 서울부경찰청장도 심각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뜻이 되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숙부의 입장으로도, 삼한행성 우승상의 입장으로도 도저히 이것들을 좋게 봐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됐고, 나가 보시오! 나중에 다시 부를 테니."


우승상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두 사람에게 축객령을 내려 쫓아내었고, 두 사람은 우승상이 더 분노하기 전에 재빨리 우승상이 기거하는 곳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 새끼들은 얼마 후에 제끼고, 나중에 이흥신(이신태 장군의 사촌형) 그놈에게 좀 맡겨 볼까.'


그리고 우승상은 이미 머릿속에서 이 무능한 두 멍청이들을 제끼고 황해로경찰청장 직을 수행하며 유능하다는 평을 들은 이신태 원수의 사촌형 이흥신으로 하여금 서울부경찰청장 직을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삼한인이라 그런지 사촌동생 이신태 장군과 더불어 삼한인들의 권익에 신경쓰는 것이 살짝 거슬리기는 했으나, 어차피 삼한을 통치하려면 그런 자들도 있어야 함이 옳지 않겠는가.


삼한인들에게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을 심게 하고, 그럭저럭 명망이 높은 인물을 자리에 앉혔으니 불만을 어느 정도 사그라들게 할 수 있으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책상의 벨을 눌렀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한 사람의 목소리가 뚜렷히 들렸다.


[예, 우승상 각하. 무슨 일로 호명하셨습니까?]


"이흥신 그 친구를 좀 불러오게, 할 말이 있으니까."


[예, 각하.]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는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멎었다.


"할 일이 참 많구먼."


잠깐 쉬다 오는 정도로 생각했던 삼한등처행중서성 우승상직도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곧 있을 일본 정벌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하는 건 물론, 삼한인들의 반발을 적당히 해소시키고, 각지에서 저항 중인 반란군들을 진압시키는 것 등, 이 자리는 일복 덩어리 그 자체였다.


"좀 쉬어야겠어."


우승상은 잠시 몸을 펴더니, 이내 바람읗 좀 쐬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바깥에서 잠깐 시끄러운 소란이 들린 듯 했지만, 그는 그것을 과민반응이라 생각했다.


-쨍그랑


그 순간, 유리가 불쾌한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우승상의 집무실에 날아들었다.


"뭐야?"


우승상이 그 소음에 뒤를 돌아보며 그 날아든 물체를 집어든 순간.


-쾅!


"크아아악-!"


2×××년 11월 21일.


엄청난 섬광과 천지를 뒤엎는 듯한 폭음과 함께, 우승상은 두동강이 났다.


모자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