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eekly.donga.com/politics/article/all/11/962540/1


한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무려 2001년(!)에 일본을 추월하고 2009년에 독일까지 추월해 현재는 아일랜드(아일랜드의 제조업은 대부분 제약산업이 차지중), 미국에 이은 OECD 3위라고 함.



이는 한국의 높은 산업현장 자동화 비율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보임. 더 적은 인력으로도 많은 생산을 할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가는거.


실제로 현기차는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 중 가장 자동화 비율이 높은 메이커로 유명한데, 현기차 생산직의 고임금의 비결에는 이런 높은 자동화 비율도 있는거. 물론 이게 장기적으로 가면 고용 축소 등 근로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보기에는 힘들겠지만.


+) 실제로 아닌게 아니라 한국의 주요 제조 대기업들이 타국의 제조 대기업보다 현저히 고용을 적게 한다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직원수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서 달라질수 있는 요소라 갖고 오진 않았지만 이러한 요소 때문일수도 있어보임.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바로 서비스업 때문임. 한국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라지만 서비스업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의 80%에 육박하는 국가이며, 이들의 노동생산성이 미국 대비 30%에 불과할 정도로 낮기 때문.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원인은 한국의 저렴한 서비스 가격 때문임. 서비스 비용 자체가 저렴하니 장시간 고강도 근무를 해도 벌수 있는 수입이 적어 임금이 올라가기 힘든 것.


막말로 택배 1개당 택배기사가 가져갈수 있는 돈이 500원 정도인데, 이걸로 월 500만원을 벌려면 월 10000개를 운송해야 한다는거니까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 333개는 해야 하는 셈. 택배기사는 일반적으로 집하장에서 집하까지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빡센 조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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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을텐데, 바로 '그렇다면 왜 그렇게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높은데 제조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처우는 좋지 못한 편인가요? 설마 저 노동생산성이 높다라는 이야기가 대기업 한정인 이야기인가요?'임.



맞음. 실제로 한국 중소 제조업체 재직자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에 불과할 정도로 영 좋지 못함.


이런 자료를 보고 많이들 하는 말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해서 그런거다'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더 복잡함.


여기서부터는 타 사이트에서 본 칼럼글을 개인적으로 옮겨적은건데, 원글을 링크해보려고 하니까 삭제되었는지 안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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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빠른 성장을 위해 후방산업을 해외에 맡겨버린 대기업

한국 대기업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핵심 설계와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전략을 택했으며, 이런 전략이 제대로 통해 한강의 기적과 IMF 극복 후 중진국 함정 탈출에 성공할수 있었음.


하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전방산업의 발전이 후방산업(소/부/장이 대표적인 후방산업으로 유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가져오는 낙수효과가 상당히 적었음.


2. IMF 이후의 원가절감 압력

IMF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비핵심부문은 최대한 외주화하고 벤더들에게 고강도의 원가절감압력을 넣었는데, 이 과정에서 벤더들은 고임금이 필요한 숙련공이나 연구인력 등의 고용을 더 유지하기 힘들어서 내보내버릴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중소기업이 숙련공 육성이나 자체 연구를 수행하기 힘든 환경이 되었음.


대기업이야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소/부/장 등을 외국에서 수입해오면 됐지만, 숙련공이나 연구원을 제대로 고용하거나 육성할 능력이 안되는 중소기업들은 생산성을 키울 여력이 없었던 것.


3. 좋지 못한 관행

아까 말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가 이 3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 때문에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업한다고 해놓고서 중소기업이 개발해낸 기술을 다른 벤더한테 던져주고 그 기업과 원가경쟁을 시키는 경우가 많음.


이를 고발하는 곳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여기도 인력이 없거니와 전관예우라는 달콤함에 위협을 받기 쉬운 구조라서.



4. 한국의 RnD는 대부분 민간에서 담당중

대다수의 RnD가 민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앞선 이유들로 인해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공공 RnD에 기대야 하는데 전체 RnD 비중에서 공공 RnD의 비중은 더 낮아졌음.


+) 다만 반박이 좀 있었는데, 대다수의 나라에서 RnD는 대부분 민간에서 이루어지며(별게 아니고 대학교가 민간으로 들어가기 때문. 국공립대에서 진행되는 RnD는 공공인지 민간인지 모르겠는데) 미국, 독일보다는 공공이 RnD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일본보다는 높음. 그리고 한국은 국가규모 대비 RnD에 굉장히 돈을 많이 쓰는 나라라 절대적인 비용으로 따지면 경제규모 대비 지원은 많다고 볼수 있다고.


그래서 해결책은 뭐냐? 사람의 기술경쟁력이 있도록, 일반 숙련공이던 엔지니어건 사람에 대한 투자에 공공 RnD 예산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임. 근데 이것도 디테일이 중요한게, 이런 식으로 나가면 흔히 쓰이는 정책이 '직업학원을 통한 기술습득 지원'인데, 이게 효율이 엄청 낮음. 오죽하면 국비 빼먹기라는 평까지 나오겠음?


자체 RnD 역량이 없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노동자의 장기재직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새롭게 유행하는 연구가 개발, 제조와 한 클러스터 안에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산업 클러스터 등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임.


지난 정권 때 산자부 차원에서 산업 클러스터 기획까진 해놨는데, 아무래도 부처간 칸막이라는게 있다보니 산자부 주도로는 연구개발 기능까진 한곳에 모아넣긴 힘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