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 오키나와 전투 당시 있었던 일







'야마토'의 함교에 있던 노무라 지로 부함장은 경보 보드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는 것을 봤다. 

그는 다가가 경보가 어디서 울리는 건지 확인했다.

대여섯 개 불빛이 반짝였다. 포탑 1개와 탄약고 최소 5군데였다.

연쇄폭발이 일어나는 것인가? 적재된 포탄 1170발 중에 겨우 3발이 발사됐다. 

남은 포탄이 터지면 절대 가라앉지 않을 줄 알았던 '야마토'가 이음매에서부터 터져나갈 것이었다.

여분의 경고 장치가 경보음을 내기 시작했다.

 연이어 경보가 울렸다. 

자신에게 소리치는 아루가 고사쿠(야마토의 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탄약고에 물을 퍼부을 수는 없나?" 그의 목소리는 마치 목구멍을 찢고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평형수 관리 지휘소가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노무라는 차라리 폭발이 일어나 모든 것이 초토화되길 기다렸다. 

그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하며 잘 됐다고 생각했다. 

사무라이의 할복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1945년 4월 7일) 오후 2시 15분이 지난 직후 12번째 어뢰가 좌현을 강타했다.

 노무라는 최후의 일격이라고 생각했다. 배를 버리라는 명령을 지체 없이 내리지 않는다면 승무원들은 몰살당할 판이었다. 

그러나 아루가 함장은 아직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 

노무라는 좁은 나선 계단을 휘청거리며 올라가 두 번째 함교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배를 한번 둘러봤다. 

맨 위층은 수면에서 7.6m 높이에 있기 마련이었다. 

갑판의 좌현은 물에 뒤덮여 있었다. 

선수에 앉아서 건빵을 먹고 있는 부대원들의 모습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노무라는 이들의 태연함에 짜증이 났다.




배의 양쪽에서 높이 솟은 물기둥이 물을 내뿜고 있었다. 

노무라의 눈이 선루를 훑었다. 뭔가 부족했다. 

'국기!' 그는 다시 한번 살펴봤다. 마스트 자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천황과 황후의 사진은 안전한 것일까? 전투 중에 천황과 황후의 사진은 배에서 가장 무장이 잘 된 함포 지휘소에 보관했다. 

노무라는 함포 지휘관에게 연락해보고서야, 배가 가라앉게 되었을 때, 사진이 떠다니지 않도록 지휘관이 사진을 챙겨서 선실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처: 일본제국 패망사, 존 톨런드 저, 박병화 외 1명 역, 글항아리, 2019년, 1054~10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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