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овш минь, чи хурдан алхаж чадахгүй байна уу!(이 새끼들아 빨리 안 걸어!)"


"컥!"


몽골군 병사가, 줄줄이 굴비처럼 묶여 끌려가고 있는 학생들 중 하나를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이 학생들, 이제는 곧 사형에 처해질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은 다름아닌 마약을 몰래 들여와 학교에서 판매한 이들로, 몽골의 법에 따라 참수형이 선고되어 오늘부로 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민간에서는 마약을 판매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인데 나이가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했지만, 반대로 미성년자를 사형, 그것도 목을 잘라 효수시킨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이들은 초기에는 시위를 벌이며 유엔 헌장을 근거로 이 학생들의 사형을 반대했고, 정 안 된다면 무기징역으로라도 경감시키자는 의견이 꽤 득세하기도 했으나, 몽골은 이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추포하여 참수하고 광화문 광장에 효수하는 것으로 답했고, 그러자 이러한 반대 의견은 금세 사라져갔다.


아무렴, 그 누구라도 목숨은 아까웠으니 말이다.


"...."


다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지금 시민들은 이 학생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끌려가고 있는 학생들은 온 몸에 군청색 멍이 들어 있었고, 심지어 몽골인 학생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한 명도 예외가 없이 손톱이고 발톱이고 모두 뜯겨져 걸어갈 때마다 발톱이 뜯겨져 나간 곳에 피가 고이고 있었고, 더러는 손, 발가락 몇 개가 아예 떨어져 나간 경우도 있었다.


거기에 얼굴, 가슴,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져 뼈들이 툭 튀어나와 함몰되어 있었고, 


턱뼈가가 완전히 아작나 입이 자동으로 벌려지며 고문으로 이빨이 다 빠진 입 내부가 드러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악랄한 마약사범이라 여기던 시민들조차, 이 학생들의 몰골이 너무 처참한 나머지 동정심이 든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 한들, 이 학생들을 위해 나서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막대기에 목이 효수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지난 항쟁에서 전차에 깔려 죽은 사람들처럼 아무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먼저 나선 자들이 의미 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았던 그들은 그저, 체념하고 침묵할 뿐이었다.


●●●


[케욱!]


강제로 수업이 중단되고 대신 공개처형식이 틀어진 교실의 텔레비전에서는 끔찍한 몰골의 미성년자 마약사범들이 강제로 꿇어앉혀지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워낙 그 모습이 끔찍했기에, 학생들은 경악하는 표정을 짓거나 아예 눈을 질끈 감고 그것을 머리에서 지우려 하기도 했다.


심장이 약한 누군가는 아예 거품을 물고 기절하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아예 토악질을 하며 자기가 아침에 먹은 것을 보여주었다.


"시발, 왜 이딴 걸 봐야 되는건데..."


"야, 거기! 방금 뭐라 씨부렸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학생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불평하거나 시청을 거부하는 학생은 없었다.


교사의 말을 거부하면, 그 다음으로 찾아올 것은 폭력이니까.


"어? 야, 저거 걔 아니냐?"


"뭔데, 어디?"


"진짜네! 걔 맞네!"


"조용! 조용!"


순간, tv를 쳐다본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교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사형수의 행렬에, 그들 반의 유일한 몽골인 학생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쟁 이전에는 그저 수줍고 조용한 것으로만 알았던 그 몽골인 학생이,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제가 지배계급에 속하게 된 것을 과시하는 것마냥 아이들을 괴롭히던 그 놈이 말이다.


"씨발, 저 새끼 맨날 지랄하더니만 저렇게 되네."


학생들은 그동안 당한 한을 풀듯이, 저 몽골인 학생에 대한 욕지거리를 실컷 했다.


이것은 교사도 제제할 수단이 없었으니, 학생들은 그동안 교실에서는 하지도 못했던 몽골인 학생에 대한 욕지거리를 실컷 하기 시작했다.


행중서성부가 몽골인도 예외로 두지 않는 죄들(모반을 꾀한 죄, 황실을 모독한 죄, 마약을 판매한 죄, 황제의 명을 거역한 죄) 중 마약을 판매한 죄는, 그 본인은 참수형에 처해지고, 그 일가는 시민권을 박탈당해 평생 노동수용소에서 노역을 하다 죽게 될 운명에 처해진다.


그렇잖아도 꽤나 망나니였던 놈이 어리석은 짓 한번으로 자신은 죽고, 그 가족도 신세를 망치게 되었으니, 참으로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역죄인 윤석호, 김진태, 최혁성, 홍진경, 바이라(Баяраа) 등은 학생의 신분으로써 학업에 힘쓰지 않고 이러한 극악무도한 대역의 죄를 저질렀으니, 어린 나이에 이러한 죄를 저질렀다 함은 더 이상 교화의 가망이 없다 하겠다. 이에 참수형을 선고하노라!]


학생들이 그렇게 떠드는 틈에, 관리가 문서를 펼쳐 사형수들에게 참수형을 선고하였고(자막이 한국어로 나왔다), 몽골군 병사들이 날카로운 도끼를 들고 5명의 옆에 섰다.


그때, 바이라가 갑자기 몽골어로 무어라 울부짖으며 머리를 연달아 바닥에 찧었다. 곧 몽골 병사가 바이라에게 발차기를 하자 다시 조용해진 듯 했지만, 곧 다가온 죽음의 공포는 그를 가만히 냅두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며 다시 울부짖었고, 이에 몽골 병사들이 끈을 가져와서 바이라의 긴머리 꽁지부분을 막대기에 단단히 매달았다. 그러고도 바이라가 계속 몸부림치는 바람에 여러 명의 병사들이 바이라에게 달려들어 그를 고정시켰다.


이내 도끼를 든 병사는 바이라에게 천천히 다가섰고, 이내 그 도끼를 바이라의 목을 향해 겨누더니 도끼가 바이라의 목에 내리찍어졌다.


-콰직


목에 도끼날이 박히는 소리와 함께, 바이라의 목이 앞으로 떨어지며 잘린 목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그 모습에, 학생들은 기겁하며 눈을 돌리거나 감았다.


자신들을 맨날 두들겨 팬 놈의 최후가 저렇게 비참했으니 분명 기뻐해야 했을 테지만, 어쩐지 그런 기분이 나지 않았다.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은 바이라의 몰골과, 최후의 그 울부짖음이 이전의 그 반감을 크게 억눌렀기 때문일까.


그동안 당했던 것과는 별개로, 바이라의 저 비참한 최후에는 동정을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