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청해부대에 계실 때 천안함을 주제로 한 내부 교육자료를 접하셨다고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네, 청해부대 안에서 여러 가지 자체 교육을 시키죠. 그중에 천안함에 대한 교육 안이 있더라고요. 제가 천안함 장병이고 하니까 더 관심을 기울였었던 건데, 교육자료를 살펴보니까 ‘천안함은 장비의 능력문제가 아니라, 오퍼레이터(운영요원) 즉, 저희 천안함 대원들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라고 명시가 돼 있는 거예요. 

▷ 기자: 천안함 사건 당사자로서 어떠셨어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너무 화가 났죠. 그래서 그 교육자료를 천안함 함장님께 한국에 와서 보고를 드렸었어요. 그리고 보고 과정을 주임관사에게도 말씀드렸더니 왜 이런 짓을 했느냐고 저를 질책하셨죠.. 그때 주임관사는 부대의 아버지 격이었거든요.


▷ 기자: 이런 짓이라면?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그러니까 왜 이런 이 문서를 천안함 함장한테 갖다 줬느냐….

▷ 기자: 그 교육자료는 중사님이 개인적으로 받은 문서인가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 아뇨, 어느 회사나 흔히 인트라넷이 있잖아요. 군에도 국방망이라는 인트라넷이 있어요. 거기에 그 자료가 몇 개월 전부터 올라와 있었죠. 교육자료 내용은 제가 일부러 얼버무리는 게 아니라, 화가 나서 얼마 안 읽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은 보안 때문에 여기까지만 설명해 드릴게요.

▷ 기자: 어쨌든 교육 자료도 그 정도일진대,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군 내부의 시선은 어떻습니까?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같은 해군조차, 해군에서 잠수함을 타던 상관이 천안함은 장비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오퍼레이트들의 실수다 이렇게 얘기를 해 버리고.주임관사도 “천안함이니까 난 네가 싫어.” 이렇게 저한테 얘기한 적도 있었거든요. 천안함이라고 해서 감싸 안아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솔직히 제가 일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처음부터 천안함이니까 저를 안 좋게 보고 시작하는 거죠.

▷ 기자: 국민은 천안함을 나라 지킨 용사로 알고 있는데, 군 내부에선 많이 다르군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네, 제가 천안함 사건이 끝나고 나서 처음 들었던 말은 “함장은 죽었어야 한다.” 그것도 부대 상사한테 그 말을 들었습니다. 상사가 술 취해서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 “천안함이라서 너 싫어!” 이렇게 얘기하고, 그다음에 또 승조하는데 “너 천안함이니까, 너랑 같이 있으면 일 날 것 같다. 가까이 오지 마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곤 했죠. 그럴 때마다 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죠. 그렇다고 제가 그분들한테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요?


▷ 기자: 혹시 천안함을 나쁘게 보는 건 군에서도 아주 일부가 아닐까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해당 교육자료를 만들었던 ○○○ 대위의 잘못이 아니라, ○○○ 대위마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던,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던 해군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위도 잠수함 장교예요. 사실 천안함 사건의 본질은 잠수함 장교가 수사관보다 더 잘 알아요. 그런데 ○○○ 대위마저도 왜 그렇게 생각을 했겠어요. 바로 해군이 그렇게 교육을 했기 때문이죠.

▷ 기자: 계속해서 천안함 출신이라는, 안 좋은 꼬리표가 따라다닌 거군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네, 제가 실수하면 “그냥 뭐 바보, 일 못하는 놈, 너는 원래 천안함이니까….” 이런 소리 듣고 지적을 받고, 그다음에 일 잘해도 중간 밖에 안 되는 거예요. 비전이 없었죠. 차라리 천안함을 안 겪고 다른 배를 탔으면 제가 좋아하는 군 생활을 계속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 기자: 그런 시선을 스스로 극복해보려는 노력은 안 해보셨어요?

▶ 정주현 전 중사/천안함 생존장병:

나름 많이 노력했죠. 천안함을 겪고 난 뒤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하는데, 병원을 가면 분위기상 욕먹죠. 아프다는 티를 못 내요. 천안함 트라우마 때문에 이제 배를 타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이런저런 환청이 많이 들린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도 저는 소말리아를 또 지원해서 갔어요. 갔는데도, 천안함만 얘기만 나오면 다 저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