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 우익들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일베, 워마드 등의 오명이었다. 이와 같이 멸공을 외치면 늘 군부독재에 기생하는 앞잡이 소리가 가장 많이 나오지. 좌파들에 대해서도 뭐만 하면 빨갱이가 "입만 열었다 하면 아주 그냥 자동으로 나와." 사실, 양쪽 모두 우익은 다 일베나 메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좌익은 다 빨갱이가 아님을 잘 안다. 이렇게 몰아가는 이유는 아마, 비슷한 이들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아주 아주 엷고 엷은 실 한 가닥만하게 같은 위치에 있다는 걸 잡아서 상대를 쉽게 이기고 싶었던 탓일 거다.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멸공의 정신을 사상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 군부독재자들은 자신의 집권 정당성을 위해 멸공을 부르짖었다. 민족반역자들이 특히 그렇지. 물론 나는 친일에 속하는 인간이고, 아무리 조선이 약하고 열등한 나라였든 간에, 약소국을 힘으로 침략한 일본의 잔혹한 과거사에는 도덕과 윤리의 뜻이 희미해져가는 현대 국제 정세에서도 결코 인정되지도 않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비인간적 만행이 있었다. 그런 자들의 편에 서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피와 뼈까지 앗아간 자들이, 해방 후 돌연 멸공주의자가 돼 버렸다.


한국 멸공주의의 역사에서 이는 비극이라 할 수 있지. 왜? 그들이 멸공을 외친 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는 한국인들의 취약한 마음 속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지, 멸공 자체를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옛날에 이회창 선거 캠프에서 북괴군에 전화해서 이벤트 하나 열어달라고 한 거 아니겠냐? 멸공주의는 고귀하고 거룩한 시대정신이다.


어느 불법 무장단체가 테러와 전쟁을 일으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 끊임없이 군사적 도발을 하고, 납북된 사람들도 많다. 바로 멸공정신은 이런 악한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인류 평화, 그리고 볼모로 잡혀 영원한 노예로 사는 이북의 우리 국민들에 대한 인류애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괴를 지도상에서 완전히 쓸어버려야 한다. 도발의 원점을 제거해서 조선반도에서의 전쟁의 불씨를 없애는 거다.


잔혹한 지배 속에서 하루하루 굶어죽어가는 2,500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내고, 동북아시아에 군사적 긴장감을 부추겨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북괴를 없애는 것은 진정한 반전운동이다. 북괴가 멸망한다고 해서 바로 평화로워지지 않을 것이고 중공과 러시아도 견제해야겠지만, 그래도 조선반도의 평화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