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국가의 3대 요소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임시정부는 단지 정부 기관으로만 존재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바로 그게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임시정부 요인들이 해방 후 귀국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두고 완전한 국가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긴 하다. 허나, 불완전한 상태였기에 정식 정부가 아닌, '임시정부'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완전하지 못하다고 해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괴뢰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UN으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은 건 이승만의 개인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임시정부가 국민 주권을 계승한 것도 1923년이었고, 우리 초대 헌법이 선포된 것도 1947년 7월 17일로,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8월 15일보다 앞선다. 다시 말해, 건국 이후에 이승만 정부가 생겼다는 것이지.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 사학계에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거다. 애초에 임시정부 대통령시절 이승만은 1923년 임시정부에서 열렸던 국민대표회의에서 조소앙, 박은식, 안창호 등의 순국열사들에 의해 탄핵된 자였고 말이다.


그럼 대한민국 건국의 시점은 어디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생기는데, 먼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였던 대한제국을 계승한 나라가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대한제국은 완전히 멸망했기 때문이다. 융희제가 붕어할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드디어 이땅에 민주공화국이 수립됐다고 주장했는데, 바로 박은식, 신채호, 조소앙, 신규식 등의 임시정부 요인들이 만든 1923년의 대동단결선언이다.


"융희 황제가 三寶를 포기한 경술년(1910) 829일은 곧 우리 동지가 삼보를 계승한 날이니, 그 사이 대한의 삼보는 한 순간도 빼앗기거나 쉰 적이 없다. 우리 동지들이 대한국을 완전히 상속한 사람들이다. 저 황제권이 소멸한 때가 바로 민권이 발생한 때다구한국이 끝나는 날은 곧 신한국이 시작하는 날이니 무엇 때문인가. 우리 한국은 오랜 옛날부터 韓人이고 非韓人이 아니다. 韓人끼리 서로 주권을 주고받음은 역사 이래 불문법으로 이어 온 국헌이다. 따라서 韓人이 아닌 사람에게 주권을 넘겨주는 것은 그 근본부터가 무효다. 이는 韓國民 천성이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1910829일 융희 황제가 주권을 표기하는 순간 그 주권은 우리 국민과 동지들이 돌려받은 것이다. 우리 동지는 당연히 三寶를 계승하여 통치할 특권이 있고 또한 大統을 상속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선열들이 임시정부를 만든 것이고, 바로 그래서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했다고 선포한 거다. 일제에 빼았긴 것이지, 국가 자체는 존재했다 이 말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시점은 신한청년당의 대동단결선언이 선포됐던 1923년이다.


아니, 헌법에는 이렇게 알기 쉽게 서술돼 있는데 왜 이걸 부정하는지 모르겠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 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