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나오는데 주체 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되었다. 폐하의 신민으로 제국에 봉사하고 제국내 조선인의 지위을 향상시키기 위해 싸운 열사들이 이곳에서 잊혀진 상태로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서러웠다...왜 하필 패전하고 말았을까. 왜 우리는 이들의 노력을 몰라주는 걸까.

 

나는 우리에게 천황폐하의 신민으로 살 기회를 빼앗어 간 미국에 대한 혐오감이 든다. 

 

미국이 없었으면 제국의 강제 분할도 없었을 것이고 분단과 한국전쟁도 없었다...그렇다면 조선인의 인구는 1억이 넘었을 것이고 제국 내 정치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발언권을 얻었을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의 핵무기 문제도 강제징집도 없을 것이고 일본의 경제 부흥에 편승하여 청년 실업도 없었을 것이다. 만주는 용기 있는 조선 청년들의 무대가 되었을 것이고 중일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지나인들은 조선인을 업신 여길 수 없었을 것이다.

 

팻보이와 리틀맨. 그 폭탄 두개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우리의 유토피아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눈물이 났다.

 

그날밤 호텔에서 나는 내가 신민이 되어 히로히토 천황을 알현하는 꿈을 꿨다. 나는 그분의 발에 경의를 담은 키스를 했고 폐하께서는 나를 인자한 눈으로 바라보셨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한여름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