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게임계는 중대기로에 놓여있다


페그오 사태로 인해 촉발된 하나의 작은 일렁임은 어느새 주류 언론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파도가 되었고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커다란 이슈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게임 유저들이 바라는 목적은 무엇이고 그들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일관되지 않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서로 다른듯 하여도 결국 공통적인 방향성은 존재한다

이제껏 잊혀진, 그러나 다른 업계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권리의 회복이 그 공통된 방향이다


게임계는 상당히 기형적인 업계다 조금 면밀하게 보면 이 업계는 게임 하나하나가 작은 독점체제를 가지고 있는 업계이기도 하다

나 역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아직도 즐겨하고 있고 워크래프트3도 한다 폰게임도 만지작거린다

한때 국민겜 시절의 던파도 했었고 마비노기도 했었다 더 오래 전의 것을 파헤치자면 아마 10개는 쉽게 넘어갈 게임들을 했다

그런데 이 게임들은 한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게임은 그 특유의 특성을 지닌 단 한 종류의 상품이다

마비노기에서 던파의 감성을 느낄 수 없고 스타에서 워크의 감성을 느낄 수 없다

워크에서 던파를 최대한 흉내낸 유즈맵도 있지만 단지 흉내를 냈을 뿐 감성을 느낄 수는 없다

즉, 해당 게임이 가지는 특성은 해당 게임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이것이 하나의 독점적 상품이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게임업계는 다른 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갑을관계가 성립이 된다

보통이라면 돈을 쓰는 소비자가 갑이 된다 그들이 지갑에서 현금이나 카드를 꺼내 긁어줘야만 그것이 월급이 되고 유지비가 된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다르다

소비자가 철저하게 을이 된다 상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을이 되고 공급자가 갑이 된다 

공급자가 독점권한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업계의 특징과 맞물려 게임계는 소비자들이 철저하게 눌려지냈다

그러다가 이번 페그오 사태를 계기로 억눌린 것을 보장받기 위해 일어났다

모 유튜버가 말했듯 고객처럼 대우받기 위해서, 좀 당연한 것을 보장받기 위해서 일어났다

우선 사태의 시발점이 된 페그오는 결국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챙겼다 정보의 공개, 미지급된 이벤트의 재시행 등등

하지만 이후 이를 흉내내어 시도한 다른 게임 유저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페그오 다음으로 일어난 프로야구 H2는 엔씨의 철저한 외면과 H3의 출시로 사실상 버려졌다


마비노기는 여전히 끈덕지게 세공도구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크게 터진 메이플스토리는 유저 간의 대립으로 사실상 좌초위기에 놓였다


이를 계기로 급물살을 탄 확률형 아이템 개정안도 사실상 제재나 한도장치, 대안장치가 제대로 규정되지 않다


즉, 제대로 성공한 것은 페그오 뿐이다 사실상 나머지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다지 밝지 않은 미래다

독점적 공급과 거기에 많은 비용이 매몰되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유저들과 다른 게임으로 가기 힘든 유저들

거기에 메이플스토리의 경우엔 지나친 시위 주도자들에 대한 찬양과 신성불가침화로 인해 도리어 역풍을 부르고 있다

이때문에 슬프게도 한국 게임계는 이를 계기로 바뀌리라는 보장을 거의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결국 공중파 몇 번 방송 타고 끝날 찻잔 속의 폭풍 정도로 끝날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 유저들이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웠냐고 한다면.....단지 시위방법론만 배웠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시위를 하는데는 방법론만 배워서는 안된다 공감 그리고 협상을 배워야 한다

공감을 끌어내고 사람을 모아 위력적인 집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상대를 협상장으로 끌어낸다

그리고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숨기면서 협상을 시작한다

이것은 사회단체, 조직, 회사, 기관 등등에서 쓰는 협상의 기본이다

애석하게도 페그오를 제외하고는 다들 이것을 실패했다


나는 그래도 이 파동이 성공하길 빌었다 어쨌든 나도 게임 유저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툴렀고 결국 또다시 많은 유저들이 기나긴 개돼지의 길을 걸어가게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시 유저들이 성숙해지는데에 앞으로 또 얼마나 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