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징병제 자체가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거다. 군대가 없다면 가장 먼저 김정은이 군대 끌고 내려와서 대한민국을 접수해 버리겠지.

 

그렇다면 군대는 어느 정도 필요한가? 포커스를 북한에만 한정한다면 군대는 지금 이하로도 충분하다.

 

오랜 경제난으로 인해 건설부대 + 둔전병이 태반인데다, 내구연한이 다 된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구형 무기들로 숫자만 채워 놓은 군대가 현대화된 정예군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걸프전 때에 이미 증명되었다. 한국군이 방산비리가 있고 미국보다는 달리지만 북한군은 당시 이라크군보다도 더 열악한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군이다. 단순 머릿수만 230만에 이것도 인구비례 엄청나게 줄인 숫자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보다도 훨씬 국방비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라 질적 측면에서 한국에 크게 뒤떨어진다고 볼 수가 없다.

 

중국과 전쟁이 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전쟁이 나지 말라고 바란다고 해서 전쟁이 안 나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중국과 전쟁이 났을 때를 대비하는 것 또한 국가 전략상 필요한 일이다.

 

전면전에서 중국군을 아예 밀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미군의 증원이 올 때까지 지연전을 벌이려면 예비병력이 많아야 한다. 전선에서 죽어나가는 만큼 채워넣을 수 있으면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런데 모병제 하에서는 이러한 예비전력이 팍 줄어든다. 예비군 자체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320만 예비군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징병제 외에 최소한 1년 이상의 현역 경험을 가진 예비군 자원을 백만 단위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 아니면 중국의 개떼러쉬를 소수 병력으로 막아낼 수 있는 해법이 있으면 모병제로 전환해도 무방하지만 이런 대책 없이 모병제로 운용한다는 것은 안보 공백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