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인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인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KBS의 수신료 인상을 부정적으로 본다. 어째서일까? KBS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사라서 그런 걸까?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진 않을 거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치적 편향성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수신료 인상이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느 부분이 부당한지 한 번 짚어보자.


KBS의 역할을 보자. 일단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 1항 1호에 의해 KBS는 지상파방송사업자로 분류되어 재난방송을 할 의무가 있다. 재난방송의 대상은 자연재해대책법 제2조에 따른 재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에 따른 재난, 민방위기본법 제2조에 따른 민방위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KBS는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2020년 한반도에 폭우가 내렸던 건 익히들 알고 있을 것이다. KBS의 보도는 과연 재난방송에 적합했는가? 7월 23일, 부산광역시에 내린 폭우로 부산역까지 물에 잠길 때, KBS는 재난방송을 시작하지 않았다. 23시 30분 즈음부터 상황보도가 있었고, 24일 0시가 넘어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속보를 내보냈다. 폭우가 북상하기 시작하자 점점 보도 빈도가 늘어 아예 남부에 비가 그쳤을 때는 KBS지역방송국에서조차 수도권 폭우 뉴스가 종일 보도되었을 정도였다. 심지어 같은 해 9월에는 태풍이 영남지방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코로나19 소식만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고도 전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는 걸 보면 얼굴이 철판으로 되어있는 모양이다.


2019년으로 넘어가보자. 2019년에 강원도에 산불이 났었다. 기억하고 있겠지만, 이 당시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19시가 좀 넘은 시각.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것은 21시 40분경이다. 종편인 JTBC는 20시 40분, 케이블 방송인 YTN은 22시, 연합뉴스 TV는 22시 40분에 뉴스 특보를 시작한 상황에 KBS는 정규 방송을 계속하다가 22시 50분이 넘어서야 뉴스 특보를 시작했고 그나마도 곧 정규방송인 오늘밤 김제동으로 돌아갔다.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그제야 다시 뉴스 특보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조작 방송을 시도했다. 강릉시에서 보도하면서 고성에서 방송하고 있다고 조작하다가 걸린 거다. 그것 외에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방송조차도 종편에 비해 늦었고, 대피 안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난주관방송사라는 홍보는 왜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총합적으로 국회에서 문제제기한 내용도 한 번 들여다보자. 2019년 4월 15일, 당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018년 2년 동안 방통위 통보시각에서 늦게 송출한 재난방송 중 50분 이상 지연된 방송이 무려 35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건 국회의원 주장이 아니라 방통위에서 제출한 자료다. 이중에서는 200분 이상 지연된 경우도 4건이나 되었다. 200분 지연? 재난방송 안한다는 소리 아닌가? 수신료를 무슨 낯짝으로 올려달라고 한다는 말인지.



다음으로 공영방송의 공영성 문제로 넘어가보자. 이번에도 정치적 편향성은 철저히 배제하고 이야기하겠다.


먼저 장애인 관련 문제를 보자. 장애인 인권을 주로 다루는 장애인 언론, 에이블뉴스에서는 2019년 1월 28일 기사로 KBS가 각종 장애인 관련 방송을 폐지하는 것을 규탄하는 한국장애인총연맹의 규탄 성명서를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KBS는 공영방송이 실제로 공공을 위해 보장해야 할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 방송은 장애인의 각종 국가 지원을 안내하는 등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며, 비장애인의 오락을 즐기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태다.


다음으로는 정확한 방송이라는 부분도 한 번 들여다보자. 이미 위에서 언급한 조작방송 논란은 물론이고, KBS는 이미 2019년 2월 13일 KBS 9 뉴스에서 일상적인 일기예보조차 전날 일기예보를 방송하는 심각한 추태를 보여준 바 있다. 2020년 12월 2일 뉴스에서는 일본의 소녀상 영구설치 반대를 보도하며 일본 관방장관의 코로나 브리핑 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2021년 4월, KBS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했다는 보도를 했는데, 솔샤르 감독이 손흥민을 비판하면 인종차별인가? 이미 같은 해 1월, 솔샤르 감독은 인종 차별자는 역겨운 놈들이고, 맨유의 팬이라고 할 자격조차 없다고 비난한 전례가 있고, 맨유는 박지성을 데려다 쓴 구단이다. 인종차별 이슈를 아니면 말고식으로 보도하는 행태는 공영방송으로서는 역겨운 태도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KBS의 임직원의 태도 문제는 공영성을 상실한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의힘의 김웅 의원이 KBS를 비판할 때, 60% 이상이 억대 연봉, 억대 연봉자 중 70% 이상인 2000여 명이 무보직이라고 한 바 있다. KBS의 반박이 우습다. 억대 연봉자는 46.4%, 무보직자는 1500명이라는 것이다. 이게 반박이라고 생각하는 얼빠진 인간들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억대 연봉을 꿈도 못 꾸는데, 무보직자로 억대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이래놓고는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고 하면 어느 국민이 자기가 뼈 빠지게 번 돈으로 수신료를 내겠나? 이러고도 2020년 3월에는 연차 수당을 부당 수령하는 아나운서가 무더기로 나와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KBS 모스크바 현지 특파원이 부적절한 행위로 감사실에서 해임 징계를 결의하자 사장이 나서서 6개월 정직으로 무마해준다. 민영 방송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행태 문제라고 하니 한 가지 더하자. 2019년 10월 31일, 독도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이륙한 헬리콥터가 인근 해상에 추락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당시 독도경비대에서 KBS 기자가 촬영된 영상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영상 전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해당 기자는 날아간 방향이 영상에 없다고 했지만, 당시 KBS 보도에서 기자는 남쪽으로 선회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고, 선회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러고도 기자는 얻어걸린 단독 아이템이라고 SNS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이게 공영방송의 보도국 행태다.


수신료를 올려달라?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행태만 보면 KBS에 들어가는 수신료 비율도 EBS에 더 들어가도록 조정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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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재난방송도 제대로 안하면서 무슨 수신료 인상?

2. 방송도 개판, 방송국 직원도 개판인데 무슨 수신료 인상?

3. 지금 받아먹고 있는 수신료도 뺏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