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발언에 싸늘해진 오소프 상원의원 접견장 분위기
오소프, 눈웃음 거두고 동공 지진
“어제 미군 전사자에 헌화했다”
위성락, 발언중 놀라 李 바라봐
이소영 ‘접견 비공개 전환할까’ 귀엣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방한한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에게 1905년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언급하며 미국이 승인해 한국이 일본에 합병됐고 분할과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오소프 의원을 만나 “(한미관계의) 거대한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고, 결국 마지막에 분단도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닌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6·25)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이 이야기는 상원의원께서 이런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해 들었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원본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가쓰라 태프트 협약은 러일 전쟁 직후인 1905년 가쓰라 다로 일본 총리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미국 육군장관이 대한제국과 필리핀에 대한 이해를 놓고 상호 구두로 양해한 합의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분단·전쟁의 원인 중 일부를 미국이 제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인 셈이다.

이에 화기애애하던 이 후보와 오소프 상원의원의 접견 현장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만남 직후부터 눈가의 주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눈웃음을 보였던 오소프 상원의원은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을 들은 직후 웃음기가 완전히 가셨다. 대신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기 위해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현장 영상에 남겼다.

이 후보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발언을 메모하는데 집중하던 민주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순간 곁눈짓으로 이 후보를 바라보는 모습을 남겼다.

이때 선대위 대변인인 이소영 의원도 다가와 이 후보에게 접견을 언론 비공개로 진행할까 물었다. 사전 기획과 달리 양측 인사말이 설전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는 언론 공개 상태를 유지했다.

미국을 대표해 방한한 오소프 상원의원 입장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 이 후보가 덧붙인 “상원의원께서 이런 문제에까지 관심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해 들었다”는 표현 때문에 미국내에서 비판에 직면할 여지도 있었다.

오소프 상원의원이 꺼내든 카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였다. 그는 “지난 11일 전쟁기념관에 헌화했다”면서 “한국군과 함께 나란히 싸운 유엔군, 조지아주(오소프 의원의 지역구) 출신 미군 참전용사, 전사자를 기리기 위해 헌화했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인 1111일이 6.25전쟁에서 산화한 UN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날(Turn Toward Busan Commemorative Ceremony)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표현이었다. 6.25전쟁 기간 미군 사망자는 3만3686명, 실종자는 3737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면서 오소프 상원의원은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면서 다시 한 번 양국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속적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정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