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탄핵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평가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상당히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2년동안 이어진 중국발 코로나 사태로 희석된 감은 있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호감,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그동안 매우 강했기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국정 지지율이 40% 중반으로 높은 점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동시에 50%가 넘는 정권교체론도 무시하기가 어렵다. 결국 현 정권에 대한 코어지지층이 더 탄탄해진 점, 동시에 그 코어세력에 환멸을 느끼는 더 많은 국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최근 정국의 특징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정권교체론을 어떻게 뒤흔드느냐에 사활이 걸린 선거였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정권교체론을 넘어 정권심판론까지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중요한 선거였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친문세력이 아닌 이재명을 대선후보로 만든것, 국민의힘이 외부 인사였던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만든 것은 대선에 대한 큰 기획에서는 나름대로 정답을 맞추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민주당 내에 이재명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않게 있고,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내에 윤석열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 탄핵사태까지 일으킨 당내 계파갈등이 남아있다는 문제였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이때문에 이재명은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친문, 호남에 대한 구애에 발목이 잡혀 외연확장을 할 기회를 많이 잃었고, 윤석열 역시 당내 계파갈등의 소용돌이 - 특히 이준석 사태에 휩쓸려 외연확장을 거의 포기하고 집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선회해야 했다.


이점은 결과적으로 나타난 대선결과 (이재명 47.8%, 윤석열 48.6%)에 미루어 보면, 서로가 더 크게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각자의 사정에 의해서 봉인하고 치른 선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재명은 50%에 가까운 득표로 신승을 거둘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지지층내 비토세력에 발목이 잡혀 47.8%에 머물러야 했는데, 대선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그에게 매우 유리한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윤석열은 애시당초 50%가 훨씬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고도 이를 여러가지 이유로 계속 까먹어가며, 특히 이준석 사태가 벌어지면서 30%대 중반까지 추락하고 겨우겨우 이를 봉합해, 단일화를 통해서 안철수에게 이동한 집토끼들을 거의 수습해 48.6%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외연확장이 봉쇄당한 상황에서 대선기간이 더 길어졌어도 윤석열의 득표가 더 커질 여유는 없었다.




이런 흐름은 지지율 추이변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준석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은 1월 첫째주(빨간선)에 윤석열 지지율은 최저치(32)까지 떨어지고, 반사적으로 안철수의 지지율이 15%대까지 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수습되면서 윤석열 지지율은 다시 이전으로 회복하게 되지만, 대선이 있던 3월초까지 45%를 넘지못하고 지지부진해졌다. 반면 이재명은 내내 30%대에 머물며 박스권에 갖혀있다가 3월 초가 되자 지지여부를 유보한 지지층이 대거 결집하며 단숨에 40%대를 넘어섰다. 3월 초의 상승폭은 윤석열보다 이재명이 훨씬 컸다. 대선이 1주일정도만 더 늦어도 윤석열의 승리는 보장하기 어려웠다.



이런 흐름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대선전략을 정확하게 짜고 있었다. 민주당 자체가 지역조직력이 건재한데다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와 높은 투표율, 서울-경기권의 코어지지층이 확보되어 있었다. 특히 그동안 문재인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생활고를 겪은 50대들에 대한 공략이 필요했다. 이재명이 선거기간 내내 어마어마한 규모의 방역 재난 지원금을 주장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코어지지층이 몰려있는 40대에 이어 50대까지 확보한다면 대선승리가 거의 확실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정확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대선전략은 20대의 높은 투표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세대포위론 전략이었다. 이게 보수야권의 전략으로 용인된 이유는 하나였다. 여태까지 20대는 보수정당에 거의 표를 주지 않는 세대였다. 그런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20대는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 내내 20대는 60-70대보다도 더 현 정권에 지지를 보내지 않는 세력이었다. 여의도연구소는 아마도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대선전략을 강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20대는 예전부터 투표율이 가장 저조한 세대였다. 실제로 20대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다른 세대보다 낮았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의 세대포위론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젠더 문제였다. 20대의 전폭적인 지지을 얻으려면 남성뿐 아니라 여성층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준석은 이전부터 반여성 반페미를 내세웠고, 이를 통해 20대 남성의 확고한 지지를 노렸다. 문제는 이런 갈라치기 전략으로는 남성의 지지를 얻는만큼 반대로 여성의 지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대선 결과에서 20대 남성이 윤석열을 찍은 이상으로 많은 여성들이 윤석열이 아닌 이재명을 지지했다. 게다가 실제 득표율에서도 20대 전체에서 윤석열보다 이재명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50대의 상당수가 이재명을 지지하면서 세대포위가 아닌, 정치경제에서 가장 핵심 코어층인 40대와 50대를 모두 잃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 셈이 되었다. 50대는 전세대에서 가장 선거파이가 큰 세대이기도 하다. (20대나 30대보다 50대가 200만명이 더 많다) 역대 선거에서 50대에서 패배한 후보가 대선에 이긴 적이 없었던 것도 이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윤석열이 가까스로 승리한 이유는 20대의 지지때문이 아니었다.


윤석열을 승리로 이끈 핵심세대는 20대가 아니라 30대였다. 


이준석이 주장하는 게임정책같은 방식으로 지지를 얻어야 하는 20대와 다르게 30대는 사회활동, 경제활동의 출입구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는 세대다. 그만큼 이들은 정부정책에 의한 체감도가 남다르다. 어느정도 경제소득이 안정되거나 높은 소득을 구가하는 40대이상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과 안정되지 못하는 경제력이 30대의 핵심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누구보다도 문재인 5년간의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과 실업정책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민주당이 유능하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국민의힘이 미련하게 지지층을 잃어갈때, 30대는 이런 흐름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정권심판의지가 가장 강한 세대였다.


그러나 이것을 거시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2019년 기준으로 30대 초반(30~34)는 가장 남성 혼인율이 많은 세대다. 같은 통계에서 여성의 혼인이 가장 높은 세대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인데 이는 30대 초반의 남성의 배우자 그룹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혼율에서는 가장 높은 세대는 남성과 여성 모두 30대 후반부터 40대에 이른다. 그리고 결혼 연령대는 점점 늦어지고, 이혼 연령대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혼율이 커지면서 특히 30대들의 결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동안 혼인율과 출산율은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말하면 결혼 못한 30대 남성 여성이 그만큼 많아지고, 출산을 못해 아이가 없는 30대들이 많다는 얘기다. 출산을 단순히 아이들의 숫자정도로 분석해서는 안된다. 출산의 문제는 바꾸어 말하면 30대들을 인생에서 자녀를 갖고 이들을 양육해서 키워야하는 의무감 있는 부모로 바꾸는 문제다. 똑같은 30대라도 부모가 된 30대와 그렇지 못한 30대의 경제력(그리고 소비능력)과 사회를 바라보는 성향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자연스레 현 정권의 젠더정책으로 연결된다.





특히 현 정부의 페미정책은 미혼남녀들의 결혼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결혼을 원하는 30대들의 불안감만 커지게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정부의 페미(미투)정책과 결혼,출산 정책은 이미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되고 있었다. 그동안 나이만 먹는 30대들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닥치게 된 문제의 원흉이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되묻게 된다.


이러한 30대의 사회에 대한 불안감, 불만은 부동산문제, 실업문제를 비롯해 페미니즘, 여권의 성범죄 사건들, 대통령과 측근들 자녀들의 특혜시비등등이 더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즉, 문재인 정권 이슈들에 대해 가장 민감한 세대가 20대가 아니라 30대라는 얘기다.


이준석이 당의 선거운동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지지율이 대폭락하는 와중에 30대의 지지율은 변동 어떻게 변동했을까?




1월5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YTN)을 보면,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윤석열(15.8%) 안철수(31.1%)로 이준석 효과에 제대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30대 남성의 지지율은 윤석열(21.1%) 안철수(17.4%)로 상대적으로 이준석 효과가 적다. 또하나 눈여겨 볼점은 20대 여성이나 30대 여성들은 모두 이준석 효과에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년층에 대한 이준석의 대표성은 20대 남성 일부에 머무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30대 남성의 46.6%가 이재명을 지지한 반면, 30대 여성의 35.7%가 이재명을 지지했다. 윤석열의 경우엔 안철수 표까지 결합할 경우 30대 남성의 38.5%, 30대 여성의 33.5%가 지지한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이재명에 대해 낮게 지지했다. 그런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여성들은 이재명을, 남성들은 윤석열을 선택했다.




표만 보면 남성이 윤석열을 여성이 이재명을 더 선호했다 볼 수 있지만, 30대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과 권력교체의지가 강했음에도, 이준석 중심의 젠더갈라치기, 이슈는 역으로 30대 여성 상당수를 이재명으로 돌아서게 한 측면이 있다. 30대들이 공유하는 현정권 심판에 대한 의지를 흔들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의힘 자신이었던 셈이다.


내 생각에 국민의힘이 정말로 집중공략해야했던 세대는 30대 여성이었다.






여성득표율만 놓고 보면, 20대에서 50대까지는 모두 민주당 이재명을 더 많이 찍었다. 그러나 20대와 40대가 60%에 가까운 표를 이재명에게 던진 것에 비해, 30대 여성은 불과 50%도 안되는 이들이 이재명에게 표를 주었다. 윤석열과의 표차는 20대와 40대가 20%가 넘지만 30대 여성들은 5.9% 차이다. 20대와 40대 사이의 30대 여성의 이런 성향은 30대가 전반적으로 정권교체론의 의지가 크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을 수치다. 국민의힘 선거전략이 좀더 30대, 특히 여성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갔다면, 상당히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세대간 미시적인 지표들의 독특함은 다른 세대에서도 조금씩 발견된다. 그러나 20대 보수화 운운한 것에 비하면 실제 대선결과는 30대가 현 민주당 정권에 거부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알수 있다. 이런 부분은 국민의힘의 대선전략(이대남, 반페미, 세대포위)가 얼마나 뜬구름을 잡고 엉뚱한 곳에 화력을 집중했는지를 슬쩍 보여준다. 그것은 더 나아가서는 민주당의 유능한 선거브레인-싱크탱크와 다르게 보수야권의 선거 브레인들과 싱크탱크가 많은 문제를 갖고있다는 것을 증언한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잘못된 전략과 엉뚱한 화력집중으로 선거를 치르고 가까스로 이긴 선거다. 




정치와 선거는 그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다. 세대포위론이나 20대남 정책등등은 이런 현실을 왜곡되게 해석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각 세대, 각 계층이 현실에 어떤 불만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데이터로 정책을 만들때 현실적인 방안이 만들어진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보다 스스로의 영감에만 의존해서 정책을 실현하려 했기때문이었다. 전문성있는 과학보다 미신에 가까운 관념이 정책을 좌지우지했고, 당연히 그 피해는 30대를 비롯한 여러 세대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런 부분들이 정권 교체론으로 비화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그에 맞는 대안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이 아닌, 믿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졌고, 마찬가지로 미신이나 다름없는 세대포위, 성별갈라치기에 의존한 선거를 했다. 그들은 그로인해 패배했어야 했지만, 현 정권에 불만이 폭발한 이들(특히 30대)의 흔들림 없는 심판론이 그들을 살려냈다.


선거능력? 아니,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에서 보수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만 보여준 대선 결과다. 여기에서 승리에 도취되어 자신들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6월 지방선거에서 아직 지방조직이 탄탄하고 선거자문기관과 싱크탱크가 건재한 민주당의 압승을 조심스레 예상한다. 그리고 그리된다면 국민의힘의 집권은 생각처럼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출처 - http://whitedwarf.egloos.com/4206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