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반도 힘의 균형 원해···주한미군 철수 원치 않는다"

중앙일보 2019.03.0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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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S.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이 떠오릅니다. 당시 회담은 결렬로 끝났지만, 결국 핵무기 협정에 합의했습니다.” 

38노스 운영하는 조엘 위트
"중국과 한반도 힘의 균형 이해해"
"1986년 레이캬비크 회담 연상시켜"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평간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힌 뒤 “북미 정상도 이런 시나리오를 기대하며 끝내 합의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두 판을 깨려는 의지보다는 합의를 이루려는 의지가 더 강해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회담후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여하튼 문을 좀 더 열어놓은 것 같다”면서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성과를 내려는 하나의 생산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선희 부상이 내놓은 공격적인 발언에 대해 위트 연구원은 “지난 25년간 봐왔는데 원래 ‘맹견’ 스타일”이라며 “그런 발언을 내놓는 모습이 별로 놀랍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미협상의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스타일을 꼽았다. 위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변덕스럽다(quirky)”고 거듭 지적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협상장에서 걸어나와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거래전략의 일종으로 비치지만 그의 가늠할 수 없는 협상 스타일을 대변한다는 것.   

그러면서 위트 연구원은 “한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점”이라며 “부동산 비즈니스와 연관짓자면 이미 북한에 투자가 많이 돼있다고 판단해 좀더 시간을 갖고 협상에 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영변외의 핵시설과 관련, 미국이 인지한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다는 뉴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이 놀랐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변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서는 북한이 수년간 발뺌하다가 2010년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방북했을 때 털어놓고 논의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선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에 편입되려는 꿈을 갖고 있겠지만 이는 ‘환상’이라고 못을 박았다. 위트 연구원은 “김정은이 아직 젊어서 시간이 많다는 점이 장기적인 전략 면에서 앞서있다”면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은데 핵무기가 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아마도 위협이 점차 줄면서 다른 길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체제안정을 위해 통일을 원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한미 군사 훈련이 중단된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코너에 몰릴 경우 미사일 실험을 다시 시작할 플랜을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한미 군사훈련인데, 문제는 너무 오랜 시간 큰 규모의 훈련을 하지 않다 보면 준비태세가 떨어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의 경우 일정시간이 지나면 순환근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한편으로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지켜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34살의 젊은 김정은은 분명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한반도내 힘의 균형”이라며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주한미군 철수로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쏠리는 결과를 원치 않는다”고 확언했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대포장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 논의에 대해선 “협상의 대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북미가 협상을 타결하면 자연스럽게 현실화하는 필연적인 결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핵협상과 관련해 앞으로 한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결국은 미국 워싱턴의 몫이 되겠지만 한국과 함께 조율해야 하고, 일본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위트 연구원은 “오토 웜비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됐듯이 민주당은 앞으로 2년간 트럼프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이라며 “인권 문제는 또다른 뇌관이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