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코로나를 풍토병(엔데믹) 수준으로 낮추는 선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최근 들어 정부 관계자들이 엔데믹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마치 정부가 대처를 잘해서 머지않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엔데믹은 ‘어쩔 수 없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마치 코로나 종식인 듯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20만명대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가 1100명대를 이어가고 사망자도 연일 350명 안팎 나오고 있다. 델타 변이가 대유행한 지난해 말 하루 사망자가 100명이 넘으면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3배 이상 사망자가 연일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확진자 수와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코로나 사망자 수가 정상 분포 곡선을 그린다면 당분간 사망자가 적지 않게 나오리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일부 외신에서 어떻게 보도했든, 이런 나라에서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의미하는 엔데믹을 거론하는 것부터가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의료 체계를 고려하면 아직 코로나를 풍토병처럼 관리할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무엇보다 좀처럼 줄지 않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관심과 역량을 모으는 일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8759명이다. 지난 2월까지 2년여에 걸친 코로나 누적 사망자보다 3월 한 달 동안 생긴 코로나 사망자가 더 많았다. 정부가 급격하게 방역 조치를 풀면서 생긴 여파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의료진이 부족한 요양 병원과 요양원에서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이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곳에서 집단 발병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백신 3차 접종을 받은 지 6개월이 넘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국은 50세 이상 연령층에게 백신 3차 접종 후 최소 4개월이 지났으면, 유럽연합도 80세 이상 고령층이면 4차 접종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우리는 요양 병원·시설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감염을 걱정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언제 어떻게 4차 접종을 할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엔데믹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하루 평균 사망자가 350명 안팎 나오는 상황에서 반복해 거론할 일은 아니다. 임기 내에 코로나 사태를 매듭지었다는 식의 정권 홍보 욕심에 서두를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2/04/08/6JQWEI3AR5DVXPCENPNYWBHH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