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예측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의 편집장 네이트 실버는 202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핵심이 될 5개 분파를 분석했다. 이 분파들은 각각 특정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5개 분파 중 최소 3개 분파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가 분류한 5개 분파는 다음과 같다.

▶ 당 지도부 충성파(Party Loyalists)

▶ 좌파(The Left)

▶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and Friends)

▶ 흑인 투표층(Black Voters)

▶ 히스패닉과 일부 아시안 투표층(Hispanic voters, sometimes in combination with Asian voters)

5개 분파를 분석하기 이전에, 이 분파들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투표자는 5개 분파들 중 2개 이상 분파에 겹쳐서 소속되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젊은 흑인 투표자는 좌파, 밀레니얼 세대, 흑인 투표층에 모두 포함된다. 경선 후보들 역시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 특정 분파만을 공략해서는 경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5개 분파의 인구 분포를 고려했을 때 최소 3개 분파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은, 3개 분파만의 지지를 얻고 나머지 2개 분파는 아예 포기하더라도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6년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은 좌파와 밀레니얼 세대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에게 완전히 빼앗겼지만, 당 지도부 충성파, 흑인 투표층, 히스패닉 투표층의 표를 얻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의 약점인 분파 한두 개를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무기인 분파 하나를 바탕으로 다른 2개 분파의 표를 얻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분파가 나뉘는 방식과 공화당의 분파가 나뉘는 방식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강력한 이념의 존재 여부이다. 공화당의 여러 분파는 뚜렷한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분파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진 좌파를 제외하고는 강력한 중심 이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각 분파는 다양한 이념과 정체성이 섞여있으면서도 여러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의 각 분파가 가진 특징은 다음과 같다.

당 지도부 충성파(Party Loyalists)

인구통계적 특성: 대부분 나이가 많은 중상류층 백인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약 30%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활발한 편이며 투표율도 높게 나타난다. 또한 여성의 비율이 높다.

이념적 성향(경제): 경제적으로 중도진보 성향을 보인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온건적인 변화를 추구할 뿐 급진적 체제 변화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념적 성향(사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확실한 진보 성향을 보인다. 낙태, 동성애, 총기규제를 강력히 지지한다. 나이가 많은 백인 지지층이 다수인만큼 인종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분파에 비해 관심이 적은 편이고, 다른 분파들이 인종 문제에 너무 급진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내에서의 비교일 뿐 공화당에 비해서는 모든 이슈에서 훨씬 진보적이다.

후보 선호도: 이들은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는 것보다 민주당 자체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 따라서 후보의 성향보다 경험이나 당선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했던 후보들을 지지해왔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고, 2008년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사이에서 표가 갈렸다. 2004년에는 존 케리(John Kerry)를, 2000년에는 앨 고어(Al Gore)를 지지했다.

좌파(The Left)

인구통계적 특성: 전통적으로는 5개 분파 중 백인 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지만, 최근에는 젊은 지지층을 중심으로 인종이 다양화되고 있다. 상당수의 좌파 지지층은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았지만 당 지도부 충성파에 비해 부유한 편은 아니다. 민주당 지지층의 25%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념적 성향(경제): 좌파는 5개의 분파 중 가장 이념을 중시하는 분파이다. 이들은 좌파적 경제 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부자 증세, 국가의료보험, 무상 대학교육 등). 현재 자본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정부 개입을 주장한다.

이념적 성향(사회):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매우 급진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뚜렷한 노선이 없으며 관심도 적은 편이다. 도시 중심의 젊은 지지층은 당 지도부 충성파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이지만, 나이가 많은 지방 중심 지지층은 진보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좌파는 미국의 전 세계적 군사개입 축소를 주장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의심을 나타내는 등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경제 이슈에 대해서는 중도적이고 국제 이슈에 대해서는 팽창주의적인 힐러리 클린턴은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버니 샌더스의 좌파 지지층을 끝까지 흡수하지 못했고, 이 좌파 지지층의 상당수가 결국 민주당에서 이탈해 트럼프 지지층에 합류했다.

후보 선호도: 5개 분파 중 가장 급진적인 이념을 가진 분파인 만큼 후보의 경험이나 당선 가능성보다 경제적 이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현재의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급진파를 선호한다. 2016년에는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으며, 2008년에는 뚜렷한 좌파 성향을 가진 후보가 없었기에 확실하지 않지만, 대부분 존 에드워즈(John Edwards)를 지지했을 것이다. 일부가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2004년에는 하워드 딘(Howard Dean)을 지지했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and Friends)

인구통계적 특성: 일반적인 정의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과 200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젊은 층'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5개 분파 중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하며,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등록되어 있다. 나이는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되지 않지만, 도시에 거주하며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이 분파에 포함되어 있다.

이념적 성향(경제): 사회주의적 정책에 대해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호의적인 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젊은 층이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주의와 이념적으로 정 반대에 있는 자유지상주의 역시 젊은 층이 핵심 지지 세력이다. 이는 젊은 층이 어느 방향으로든 기존 기득권을 거부하고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며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젊은 층은 공화당의 자유지상주의를,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젊은 층은 민주당의 사회주의를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젊은 층이 사회주의적 성향을 띠는 것은 맞다.

이념적 성향(사회): 나이가 많은 사람들보다 인종차별 문제, 교육 문제, 환경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후보 선호도: 선호하는 특정 성향의 후보가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대신 이들은 기존에 자주 등장했던 후보에 비해 변화를 추구하는, 새로 등장한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2016년에는 10년 넘게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었던 힐러리 클린턴보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 마찬가지로 2008년에도 힐러리 클린턴보다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다. 2004년에는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가 투표권이 없는 나이였지만 투표권을 가진 소수의 밀레니얼 세대는 하워드 딘을 지지했다.

흑인 투표층(Black Voters)

인구통계적 특성: 흑인 투표층은 평균적인 민주당 지지층에 비해 소득이 낮고 젊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층의 19%를 차지한다. 흑인 투표층의 60%는 여성이다.

이념적 성향(경제): 흑인 투표층의 경제적 성향은 당 지도부 충성파와 일치하는 부분이 크다. 그 이유는 흑인 투표층이 경제 문제보다는 인종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당 체제에서 흑인 투표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은 민주당이므로, 흑인 투표층은 정책의 큰 틀에서 당 지도부를 신뢰한다. 2016년 경선에서 이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이유 역시 버니 샌더스가 경제적 이념만을 내세울 뿐 인종 문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념적 성향(사회): 흑인 투표층은 다른 민주당 지지층 보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진보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젊은 지지층은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후보 선호도: 경제적 성향에서 언급했듯이 흑인 투표층은 당 지도부 충성파와 상당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당의 중심에 있는 후보를 선호한다. 당 지도부 충성파와 마찬가지로 후보의 경험과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2008년 경선 초반에는 흑인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조차도 경험 부족이라는 문제로 흑인 투표층의 의심을 받는 상황이었다. 흑인 투표층은 지난 세 번의 경선에서 모두 승리한 후보를 지지했던 유일한 분파이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을,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를, 2004년에는 존 케리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흑인 투표층 내부에서도 세대에 따라 성향이 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경선에서 대부분의 흑인 투표층은 힐러리 클린턴을 적극 지지했지만, 흑인 투표층 중에서도 30세 이하 연령층에서는 버니 샌더스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았다.

히스패닉과 일부 아시안 투표층

(Hispanic voters, sometimes in combination with Asian voters)

인구통계적 특성: 아시안 투표층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 비율이 매우 작기 때문에 하나의 독립된 분파로 분류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아시안 투표층은 여러 특성에서 히스패닉 투표층과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히스패닉 투표층과 묶어 하나의 분파로 분류했다. 히스패닉 투표층과 아시안 투표층의 일치하는 특성 중 첫 번째는 두 투표층 모두 최근 이민자들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백인 및 흑인 인구에 비하면,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에 자리 잡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두 투표층으로 이루어진 이 분파의 평균적인 연령 역시 다른 분파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두 투표층 모두 정치 참여도가 백인과 흑인에 비해 낮다는 것도 공통적인 특성이다. 역사적으로 히스패닉과 아시안 투표층의 유권자 등록 비율과 투표율은 다른 인종에 비해 낮았다. 히스패닉 투표층은 민주당 지지층의 15%를, 아시안 투표층은 5%를 구성한다.

이념적 성향(경제, 사회): 히스패닉과 아시안 투표층의 이념적 성향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이 민주당의 핵심 분파를 구성할 만큼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자리 잡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히스패닉 투표층의 경우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이고, 이들은 가톨릭의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그래서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히스패닉 투표층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아왔었다. 2004년 대선에서도 히스패닉 세력은 조지 부시의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화당이 이민자, 그중에서도 특히 히스패닉을 상대로 강경한 성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히스패닉 투표층의 대다수가 이미 민주당으로 넘어간 상태이다. 민주당으로 넘어간 히스패닉 투표층 중 고연령층은 중도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사회적으로는 진보적 이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경제적으로는 큰 정부와 복지정책을 지지한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공화당 지지층 시절의 히스패닉 투표층 역시 큰 정부를 지지했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개인 선택의 자유와 작은 정부를 지지해왔던 것과는 반대되는 성향이다. 과거에 히스패닉 투표층이 공화당을 지지했던 이유는 대부분 보수적인 가톨릭 가치 때문이었으며 경제적으로 큰 접점은 없었다. 그렇기에 공화당이 최근 들어 반이민 성향을 보이자 민주당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히스패닉 투표층 중 저연령층은 고연령층에 비해 훨씬 진보적인 편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진보 성향을 보이며 경제적으로는 역시 큰 정부를 지향한다. 아시안 투표층도 마찬가지로 원래는 공화당 지지층이었다. 이들은 냉전 시대에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반공 성향이 강했다. 최근에도 공화당 지지 성향이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편이다. 공화당의 반이민 정책은 사실상 히스패닉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아시안 투표층 쪽에는 큰 타격이 없다. 아시안 투표층이 통째로 이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히스패닉 투표층과 마찬가지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아시안 투표층 역시 큰 정부를 추구한다(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큰 정부를 가지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큰 정부를 지향한다. 보수 정권에서도 정부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룰 예정). 고연령층과 저연령층 모두 큰 정부와 복지 정책을 지지하지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저연령층이 더 진보적이다. 그리고 아시안 투표층은 대체적으로 히스패닉 투표층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아시안 투표층은 보수적인 종교 가치들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후보 선호도: 히스패닉과 아시안 투표층이 민주당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므로 과거의 후보 선호도에 대한 의미 있는 통계적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투표층 모두 경제적인 이슈에 집중하는 후보를 선호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들은 2016년과 2008년에는 힐러리 클린턴을, 2004년에는 존 케리를 지지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assedbyvv/221455592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