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운동 진영의 이같은 움직임들은 앞서 본 같은 시기 조선총독부의 자치제 실시 모색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었다. 당시 아베는 사이토 총독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급히 자치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만일 조선의회를 세우려 한다면 지명인사인 최린·허헌·박영철 등을 포섭해서 끌어들여 ‘어용적인 대정당’을 만들어 ‘주머니 속의 도장’처럼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었다.
조선인을 비롯한 식민지인의 참정권 주장은 제국 국민이 갖는 정치 적 권리를 똑같이 달라고 하는 것으로 식민지의 독립을 명백히 부정하 는 것이며 식민지와 본국간 동화를 통한 식민지의 완전한 소멸을 희망 하는 것이다. 즉 조선의 참정권론은, 조선이 이미 일본이 되었으므로 일본인과 같은 권리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자치론은 조선이 일 본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처럼 조 선이 다른 나라와 같이 평등한 독립국가여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 라, 조선이 ‘식민지’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참정권론 이 동화주의의 입장이라면 자치론은 식민주의를 표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치론은 조선이 독립국가가 아님을 인정하면서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을 때에, 이는 조선의 특수한 대세력의 통합을 막고 있다. [일제시기 조선 자치운동의 논리 / 이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