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늘한 산비탈을 정처없이 떠돈다.
오르기가 썩 나쁘지 않은 완만한 경사로를 한달음에 걸어올라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서늘하게 감싸고 도는 이른 새벽 공기 탓인가, 방울의 구슬땀까지 흘릴 것이 썩 나쁘지 않다.
수많은 순례객을 이끌고 오르던 발자취를 혼자서 밟는다. 어두침침한 저 나무 뒷편에서 산새 소리가 귓가를 타고 돈다. 짜거운 아침 이슬이 맺힌 이마를 훔친다.
커다랗게 깎인 바위를 딛고 섰다. 얕게 패인 홈을 둘러 이끼가 덮고 있다. 잔디풀과 꽃 몇 송이가 새벽 노을을 향해 고개를 치든다. 마치 환상만 같이 새벽 안개가 온 마을을 덮었다. 허공에 뜬 바위섬을 딛고 선 듯하다.
하늘 저편에 달이 비쳐 보인다. 은색으로 빛나는 둥근 달이 마냥 탐스럽다. 손목에 감긴 묵직한 것이 느껴지는 듯하여 손을 들어보고는 안도한다. 담배를 한 가치 꺼내어 불을 당긴다.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새벽 노을처럼 빠알간 담뱃불이 타들어간다.
때가 되었다. 남겨둔 편지는 앞으로 더 걸어야 할 이들의 손에 맡기고, 나는 거센 기류를 타고 쓰러진다. 땅에 떨어져 으스러지는 목련화처럼 나도 으스러져 송장이 될 것이 다만 두렵지 않다. 하이얀 살결 같은 달이 가고 새벽 노을이 밝아 온다. 동백처럼 붉은 피를 흩뿌린다.
운명처럼 파아란 하늘이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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