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에 날리는 옷자락을 손에 꼭 쥐고, 수평선 너머를 나는 가만히 내다봅니다. 미광이 밝고 구름 걷히어 멀리의 타향이 보일 적에는 눈가에 희망의 웃음도 감돕니다.
마음 속에 메아리쳐 굽이도는 사랑의 그 말 한마디와 함께 나의 입은 굳어 버렸는가 봅니다. 손끝은 가만히 그대 계시는지 모를 타향을 향하건만, 주름진 옷소매만 소리쳐 그 이름 부르는가 팔딱입니다.
살빛이 바라며 굳어가는, 뻗쳐나간 사지에는 백갈매기 울음도 실려와 기별을 묻습니다. 낮의 일광도, 밤의 월광도 모여 와 임을 조상합니다. 그러나 내심 희망을 꾸미어 내는 마음은 아직 굳지 않았는가 봅니다.
소복이 쌓여 오는 눈을 맞고, 봄날 동풍에 눈 녹아 이 몸뚱이에 스밉니다. 여름의 미친 뙤약볕은 이제 가슴팍까지 다가온 저 석화의 물결을 달구고, 찬 해풍에 이 몸을 식힙니다.
허공에 맴을 돌던 그 이름도 함께 굳어 바위에 뿌리내렸나 봅니다. 해가 가도록 굳건한 치술령과 다만 한몸이 되어 나는 그대의 이름을 바람에 실어 날립니다.
바닷새는 하염없이 하늘을 활공합니다. 그 샛노란 부리를 놀리며 울음을 울며, 먼 길 가는 전령처럼 이 굳어버린 어깨에 몸을 누입니다. 한참을 몸 데우던 바닷새도 후사를 기약하며 떠갑니다. 백갈매기 앉는 데마다 당신 손길 닿은 줄 알렵니다.
오소서. 새가 되어 오소서. 치술령 고개에 우뚝 솟은 이 바위, 나에게로 날갯짓해 오소서. 심중에 고이 접어 묵혀둔 나의 고백은 굳어 댓 척짜리 돌이 되었습니다. 바람에 깎이어 모래로 날리고, 검푸른 현해탄에 녹아들어 바다에 출렁이는 이 나를 찾아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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