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유행병처럼 벌레떼가 한반도를 덮쳤다. 흉측한 외양을 겉껍데기로 감춘 벌레는, 그 겉껍데기를 무엇으로든 바꿀 수 있어 사람들의 무리에도 숨어들었다.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한, 그러나 그 자신이 정말 그것을 만났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벌레 색출에 너 나 할 것 없이 동참했다. 벌레의 심장을 찌르면 그 자리에서 변태가 풀리며 죽는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뒤로 사람들의 주머니에는 작은 칼이 항상 숨겨져 있었다.

처음 위장 벌레떼로 지목된 것은 노인들이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말조차 통하지 않는 그들은 항상 불통을 일으켰다. 한 번 이야기가 불거지자 노인들에 대한 의심 역시 커졌다.

그러나 누군가 언쟁을 하던 노인을 덮쳐 벌레의 허물을 벗겨낸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벌레 색출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변해 갔다. 마침내 의심군 1이 사라지자, 그들은 다음 의심군을 찾는 데에 열을 올렸다.

벌레의 행동이 사람의 언행과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은 한반도 전역에 이미 퍼진 뒤였다. 곳곳에 인충(人蟲) 재판소가 세워졌고, 기소된 사람들이 정말 벌레로 변하는 것이 보여지자 곧 벌레 기소가 난립했다.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노인이 젊은이를, 젊은이가 어린이를,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가정 내에서도 벌레 잡기 열풍은 식을 줄을 모르고 이어졌다. 벌레의 심장을 꿰뚫는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극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에게서 벗겨지는 껍데기. 그들은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벌레였다. 그들의 언행이 그것을 뒷받침했다. 군중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재판소에서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껍데기를 벗어던졌다.

언젠가 벌레 잡기 증후군이 완전히 사그라들 무렵에 한반도는 벗겨진 사람 껍데기와 벌레 천지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