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만큼 팔자가 기박한 짐승이 또 있을까.

 

개와는 다르게 살짝 삐쳐올라간 눈꼬리. 옛적부터 신비와 경탄이었던 그 눈망울 속에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동공이 빛을 발한다. 길들여진 집짐승의 면모를 한껏 뽐내는 듯 자랑스레 털가죽을 걸치고, 귀부인의 부채질과 같이 꼬리를 펄럭이며 고고한 발걸음으로 내게 나아온다. 그러나 그 애완동물의 살갗 속에는, 수천 년동안 꺾이지 않은 절개날 것 그대로의 야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듯 그 속을 종잡을 수 없는, 일면 인간 본능의 탐미주의를 자극하는 그 고혹적인 양태로 인해, 이 작은 털짐승은 수만의 영장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혹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조물주의 실수만 같은, 어디에다 비할 바 없는, 옛 설화 속 마물들의 꾐처럼 간이라도 내어 주게 만들 법한 잔망함은 뭇 사람들의 증오를 사게 마련이라, 그 처지가 퍽 가련하여 나까지도 동정을 품게 만들지만 또 심중에 꽁꽁 숨기어 둔 가학성을 슬슬 간질인다.

 

 

나는 별안간 그녀의 뺨을 한 대 올려쳤다. 하얀 살갗에 발갛게 손자국이 남고, 고양이의 그것을 닮은 눈에 투명하게 무언가가 고여 온다. 분을 삭이지 못한 그의 손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잠시간 번뜩이다 들어간다. 미처 희석되지 않은 일족의 야생성은 그렇게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 곧 진정되는 것이다.

 

사붕 군, 대체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 거야?”

 

캬루가 울음을 삼키는 목소리로 따졌다. 실은, 그녀에게 남은 불만은 이제 없다. ‘조국의 배신자라고, 멍에처럼 그 가녀린 모가지를 옭아매던 딱지는 이제 거의 사라져갔으나, 아직도 내 가슴을 적시는 것은, 메시아를 배신하고 박태기 나무 끝에 목을 매던 가룟 유다의 가냘픈 비명 같은 그 신음이 터질 때에 덩달아 요동치는 무언가였다. 그 무언가를 사랑이라고 하여도 좋으리라. 가학성애라느니 하는 것은 아니나, 신음하는 그녀의 눈가에 맺히는 그것을 볼 때면 나의 가슴 속에도 무언가 벅차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말없이 캬루를 한 번 쓰다듬었다. 아직도 드러난 그 짐승의 표시가 가느랗게 끄덕였다. 고양이라는 짐승은 이토록 가증스럽기까지 잔망하면서도 사람의 동정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어, 자연히 연민을 느끼게 한다. 이럴 때 캬루에 대한 사랑까지도 끓어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그 차오르는 연민을 느끼려고, 젖어드는 연심을 느끼려고 또 캬루에게 손을 대는지도 모르겠다. 눈에 맺히던 그것은 이제 발갛게 상기된 손자국을 타고 흘러내린다


쓰다가 싫증이 나서 관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