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혈통빨로 조종하는 파워드 슈트가 등장해서 그걸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제분쟁이 벌어지는데, 주인공은 안팔리는 무명의 파일럿 아버지와 간호조무사 어머니를 두었고, 그나마도 아버지는 분쟁 중 전사했음에도 정치적 문제로 제대로 된 배상금 하나 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아간다.


그런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오며 열등감과 혐오에 찌든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부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어느날,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에 찾아온 아버지의 옛 동료에게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켜봤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카데미에 입학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동안 자신과 어머니를 방치해 오던 나라에 좋을 일을 한다는 것과 하나 남은 아들마저 잃을 순 없다는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거부감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얼마 안 가 주인공은 자신의 가정 형편이 그런걸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아카데미 입소 검진에 응해 턱걸이로 입학 자격을 얻어낸 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들과 뒤늦은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나이가 나이인만큼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간단한 OS 조작이나 소극적인 리더쉽 같은 연륜에서 나오는 좀스런 스킬들로 어떻게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듯 싶었고, 그 과정에서 고아로 자라다 우연히 파워드 슈트 적성이 있어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히로인에게 적당히 기댈만한 어른으로 간택되어 서로 괜찮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이어나가고 어머니에게도 히로인의 존재를 알려 얼마간 뒤늦은 청춘을 구가하는 듯 싶었지만,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결여되고 성격이 뒤틀린 주인공과 정신적 도피처가 필요할 뿐이었던 히로인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가 언제까지고 이어질 리 없었고, 결국 아무래도 좋을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크게 다툰 뒤 절연을 선언한다.


절연 이후, 혼자 겉도는 모습만을 보이는 주인공을 우려한 담임선생은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연락해 해당 사실을 밝히고, 그대로 주인공과 전화를 하게 된 어머니는 그 나이 먹도록 친구 하나 없는 것과 '너 좋다는 여자 하나 제대로 못챙기느냐'는 질책을 시작으로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어떻게 살거냐는 둥, 감정만을 소모하는 설전을 벌인 끝에 이미 다 끝난 얘기 뭐하러 하냐며, 자긴 그냥 적당히 살다 알아서 죽을 테니 신경 끄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는다.


불편한 침묵을 뒤로 하고 어떻게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 싶었지만, 어느날 주인공의 어머니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 소식을 접한 주인공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학교로 가서 자퇴 및 장비 반납을 신청하고 그대로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려는데, 메인 빌런이 되는 존재가 학교를 침공한다.


그리고 그동안 주인공의 자기파괴적이고 열등감에 찬 행태에 마음이 떠나 도중부터 다른 남자와 사귀려던 히로인은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지 않았음에도, 평소 그녀를 각별히 생각하던 주인공의 어머니가 미리 남겨 두었던 '주인공이 가난하게 자라 못난 모습만 보였겠지만 본성이 나쁜 놈이 아니니 곁에서 잘 챙겨달라.'는 내용의 예약 메시지를 받고 주인공을 찾아간다.


같은 시각, 어머니의 유언 대로 본질은 악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어차피 죽을거 마지막으로 뭐라도 의미있는 일을 하고 죽자는 심정으로 혼자 메인 빌런을 상대하러 떠나고, 예상 외의 상황에 당황한 메인 빌런과 기본은 하는 주인공의 기량으로 잠깐의 시간을 벌어주어 최악의 사태는 막는 데에 성공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해서 상황이 정리되었을 즈음에 주인공은 복합골절과 과다출혈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더 이상 살고자 하는 의지도 없어 CPR이나 스텐트 삽입 같은 처치를 받아도 상태가 호전되는 일은 없었고, 그렇게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뒤늦게 달려온 히로인은 제발 자기를 위해서라도 살아달라며 오열하나, 주인공은 마지막으로라도 한때 감정을 교류했던 여자의 얼굴을 본 것이 만족스럽기라도 한 것인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