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는 그 자체의 내용이 있는 대상이지, 좋다 나쁘다의 판단만을 하기 위한 게 아니다.

현대적인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중세식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보다 행복할까? 그럴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착취당하며 고생하고 있을 수도, 그 결과로 골병이 들어서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

그럼 어느 쪽이 근대사회를 경험하고 있을까? 그 대답은 명백하다. 노동자 쪽이다.

즉 농민과 노동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행복한가라거나 어느 쪽이 앞으로의 인생에 유리하겠는가는 어느 쪽이 근대적인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가와 관계가 없다.


그런데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논의를 보면 식민지로 있었던 게 우리에게 좋은 일이었는지 아닌지로 판단하려고 든다.


근대화를 평가하려면 우선 사회가 얼마나 근대적인 성격을 가졌는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그런 근대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일제시대가 좋은 시대였는지, 그래서 그게 그 이후의 사회에 도움이 되었는지만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대화와 직접 관계가 없는 요소는 근대적인 사회의 발전에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가? 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맞다 틀리다를 말하기 어렵다. 애당초 근대화와 관계가 있는 요소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쓸데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