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2월19일. 워싱턴 백악관.

클린턴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보회의가 열렸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등이 둘러 앉았다.

이날 회의의 의제는 한국의 외채 만기연장 문제였다.

루빈 재무장관은 시장논리를 들어 한국 채권의 만기연장 문제는 민간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상황을 이끌어온 미국 재무부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반론이 제기됐다. 코언 국방장관이었다.

“한국은 수만명의 미군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총을 겨누고 있는 나라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서 풀어가야 한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코언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이날 회의의 결과는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을 조기에 재개하고, 은행들의 외채 연장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한국을 옭죄어 왔던 경제문제가 안보논리로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이 회의 이후 미국 은행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호의적으로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외채 만기협상은 순탄하게 타결됐다.
(실록 한국경제 중에서)

-여기에서 보듯이 미국 국무부의 입장은 민간은행들의 손에 맡기자는 거였다.

그리고 미국 민간은행들의 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넘어갈 뻔한 것을 구한 것은 바로 안보 논리였다.

미국이 IMF때에 한국을 버린 적은 없었다. 이 때에도 미국은 한국에 동앗줄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