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막을 내리고 1개월 후인 2022년 6월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재인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피해 서울을 뒤로 하고 있었다. 양산 집으로 내려가기 전에 노무현의 흔적을 좇아 봉하마을로 향하는 문재인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대통령님도 이런 심정이셨을까…. 진짜 씨발… 조국… 추미애… 이해찬… 저런 야당 프락치 새끼들 때문에…. 민주주의 존나 개 씨발…


“담배 있나?”

“!?”

“자살 안 해 미친 새끼야. 진짜로 담배 있냐고.”


아직도 일베 하는 놈이 있나? 필요 이상으로 소스라치는 경호관에게 그렇게 면박을 준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에게 받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독한 연기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이 생각나 눈물이 고였다. 노무현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저 좆병신들을 데리고 정치하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씨발…. 저는 못해먹겠던데, 어떻게 대통령직 마치시고 고향에서 그리도 행복하게 농사를 지으셨는지…


피곤했다. 세상만사가 다 보기 싫었다. 비탄에서 헤어나와 보려고 부엉이바위 주위를 걸으면서도, 자신이 퇴임하면 분명 자신이 모시던 주군처럼 자살할 거라던 전광훈 일당의 조롱이 생각났다. 물론 그럴 수는 없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신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대체 무얼 어찌 해야 하나.


총선 이후 2년 내내 철저한 정책 실패와 야당 프락치들의 망언에 시달린 민주당과 정부는 열린우리당 때처럼 무너졌고, 임기 막바지에는 의회만 장악했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병신 정권이 되어 있었다. 돌연, 논두렁에서 비치는 빛이 탄식을 토하는 문재인의 눈에 띄었다.


시계였다. 찬란한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피아제 토노 풀 파베 시계. 1억 원도 넘는 그 시계가 논두렁에 버려져 있었다. 순간, 무심코, 불경하게도, 노무현을 연상한 문재인이었지만, 당황 중에도 다급히 시계가 빛나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논두렁에서 주워든 시계는 13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이거, 설마ー,


“피아제, 시계…?”


당황해 되뇌며 시계를 보던 문재인의 시야가, 


일순간, 어두워졌다.


“??????”


주변이 흑암에 휩싸이면서, 귀로 시계의 불길한 초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하고; 뭐야, 이거. 설마 날 자살시켜 지지율 반등을 노리려는 민주당의 음모? 봉하마을에 갔다가 산에서 떨어져 죽은 걸로 하려고?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윤석열? 아니면 안철수? 야 잠깐 개년들아 잠깐만 타임 아니 이건 아니지 아무리 닭년 애비 벤치마킹을 해도 이런 것까지 따라할 건 없지 야 씨발 잠깐만ー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을 뜬 문재인 후보는,


추미애가 자리에 함께 있음을 알았다. 송영길도, 김경수도, 기동민도, 그리고 이해찬도...


“??????????????????”


분명 지금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야 할 추미애 장관이, 거짓말처럼 곁에 있었다. 봉하마을이었던 장소도 지금은 민주당 상황실로 둔갑해 있었다. 내가 어째서? 어째서 여기에? 다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문재인 후보는 상황실을 가득 메우고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의원들, 그리고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 주위의 아연한 눈길을 물리치고 그는 다급히 물었다.


“추미애 장관! 지금이 며칠입니까!?”

“하하, 후보님 제가 무슨 장관입니까? 소설 쓰시네”

“무슨 말입니까? 됐으니까요, 지금 며칠입니까?”

“후보님, 고생하시더니 대선 날짜도 까먹으셨나봐. 지금 상황실에도 저렇게 큰 시계가 있는데…”


5월? 5월 9일? 2017년? 그런 무슨, 말도 안 되는ー. 다급히 상황실의 시계로 눈을 돌린 문재인 후보는 선명히 새겨진 날짜를 보고 경악으로 숨을 삼켜야 했다.


그는 시간을 달려 2017년 5월 9일로 돌아와 있었다.


이는 즉, 문재인 정부의 5년이 다시 한번 그에게 주어졌다는 의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