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방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손을 뻗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 최후 변론하세요."


(* 대한제국 법정에서 최후변론 순서 및 변론자는 형방 마음대로임)수원상전의 변호사가 일어나서 서류를 들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형방 나으리께서도 보셨듯, 수원상전 측은 상품 유통의 과정에서 어떤 불법도 저지른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현재 존치된 법 중에서는 말이지요. 노동자들에게는 합법적으로 임금을 지불했고, 원자재는 윤리적으로 운영된 농장에서 노비가 아닌 노동자들을 통해 재배했으며, 판매부처에게도 합당한 가격을 지급했습니다."


김민현이 마른침을 삼키며 방청석의 난간을 꽉 잡았다. 그 변호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원고 측은 담합을 주장하고 있으나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 또한 이미 논파했습니다. 그 정도의 이윤은 누구나 추구한다는 것이죠. 회사들의 이윤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은 담합의 근거가 아닌, 오히려 그 이윤이 합리적인 가격 조정이라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원고의 주장은 어떠한 일말의 재고할 가치도 없습니다."


배심원들은 상당히 마음이 기울어 있는 듯했다. 형방이 서류를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여댔다.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형방 나으리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좋습니다. 착석하세요. 원고 측 변호인, 최후 변론하세요."


천천히 이푸름이 일어섰다.


"형방 나으리,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똑바로 주는 기업이 최고의 기업이다. 고용주가 고용자를 인간답게 대우하고,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기업이 최고의 기업이다. 윤리적으로 재배한 원자재를 사용하고, 합법적으로 유통하고, 적법한 방법으로 판매를 진행하는 기업이 제일 좋은 기업이다. 그래요, 그런 기업은 착한 기업입니다."


그녀가 천천히 파일을 들고 흔들면서 걸었다. 배심원들의 의견, 방청인들의 의견, 그리고 심지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본인들조차도 이미 기울어졌다고 생각하는 대세에서도, 전혀 꿀리거나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녀가 형방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착한 기업이라고 해서 좋은 기업이 아닙니다. 둘은 다릅니다. 기업이 지켜야 하는 건 그것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기업에게는 경영윤리만 있는 게 아니라, 유통윤리도 있습니다. 그것은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서 합리적인 재화를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담합은 이것을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정황증거와 물증 모두 수원상전이 세별상전과 담합하여 연탄의 가격을 폭등시켰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는 없으며, 그것은 수원상전이 연탄 유통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게 문제인 것입니다. 형방 나으리, 지금 이 순간에도 연탄가격을 지불하지 못해 얼어 죽는 백성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조속한 판결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