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승만부터 전두환 때까지 한일관계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물론 1965년에 한일기본조약을 맺기도 했고, 아시아 반공전선을 담당하는 협력관계긴 했지만, 한국의 지도자들이 반일감정을 정권 지지율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써먹어 온 덕분에 한일관계는 언제나 널뛰기를 했지.


이런 관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였다. 사실 이 시기에 무라야마 정권은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1995년 1월에는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고, 1995년 3월에는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가 일어났다. 정권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김영삼 정권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다면서 조선총독부 첨탑을 해체하고 있을 때, 무라야마는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를, 어렵게 입을 떼었다. 무라야마 나름대로 정권의 지지율을 걸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한 거지.

그리고 김영삼 정권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으로 대답해 주었다. 무라야마 담화는 한국에게는 조금도 닿지 않았고, 무라야마의 용기는 헛수고가 되었다.

그리고 1996년 1월 무라야마 정권은 끝난다.

그 다음의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은 무라야마 정권을 계승하면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는 확실하게 하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위안부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는 유지하면서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지.

하지만 이 시기 역시 독도 관련만 부각될 뿐, 위안부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부분은 거의 묻혀버린다.

그리고 외환위기가 터지고, 한국 경제는 폭망했다.

몇개월 뒤, 하시모토 내각도 막을 내렸다. 아시아 경제 위기의 영향 때문에 일본 경제도 별로 상황이 좋지는 않았으니까.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한국은 김대중이었고, 일본은 오부치 게이조였다.

한일 신 어업 협정, 일본 문화 개방 등 한일관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 간 시기가 바로 이 때였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통해 한일관계는 파트너쉽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지.

모리 요시로를 건너 뛰고, 그 다음 일본 총리가 바로 고이즈미 준이치로다. 사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우익이라기 보다는 이것저것 섞은 잡탕에 가까운 사람이다. 굳이 말하자면 리버럴 쪽에 더 가깝지.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까이긴 했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협력 관계에 있었다. 일북정상회담을 한 유일한 총리가 바로 고이즈미기도 하지. 한일간에 간혹 투닥거리면서도 어떨 때는 서로 협력하는, 불편하지만 가까운 이웃? 같은 사이가 된 거지.

하지만 고이즈미의 이런 한일관계는 근본적으로 고이즈미 한 사람의 역량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었다. 일본 내 불만의 목소리를 달래려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하고, 다시 한국을 달래보기도 하고...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

그래서 고이즈미 다음에 총리 자리를 물려받은 아베 신조는 고이즈미의 외교를 나름대로 계승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베는 고이즈미가 아니었고, 노무현은 그 동안의 실정으로 인해 레임덕 상태에 빠져 있던 상태라,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에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고이즈미라고 해도 외교가 쉽지 않은데 아베한테는 너무 어려운 과제였지.

그 다음에 한국은 이명박, 일본은 후쿠다 야스오가 들어선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처음에 꽤 괜찮았다. 일본 출생이라는 것 때문에 일본에서는 거는 기대도 많았다.

자민당의 정권교체 이후, 하토야마가 총리가 된다. 그리고 하토야마는 리버럴 계열의 정책보다도 더 전향적인 입장이었지. 그 다음에는 '간 담화'도 등장했었고. 그래서 이 시기에는 한일관계가 괜찮았다.

그리고 2012년, 이명박은 기습적으로 독도에 방문한다. 뭔가 다른 것과 연동된 것도 아니고, 진짜 뜬금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민주당 정권에서 그렇게 공을 들였던 한일관계는 망해 버렸다.

일본 우파에서도 나름 같은 우파고 CEO 출신이고,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명박이었지만, 이것을 계기로 해서 이명박에 대한 평가가 180도 반전을 해 버리고 만다. 일본 입장에서 이명박의 독도 방문은 결국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한일관계를 파탄내는 걸로 밖에 보이질 않았지.

그 다음에 한국은 박근혜, 일본은 아베(재집권)이 들어선다. 박근혜는 초반에 일본에 대해 강하게 나갔지만, 친중외교의 파탄으로 인해 한미일 공조 안으로 복귀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일본에게 전면적으로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위안부 합의를 한 거다.

어쨋든 이렇게 해서 한일관계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박근혜는 탄핵당하고 문재인이 들어서지. 그리고 문재인이 한 것은 바로 전 정권이 일본과 했던 합의들을 뒤엎는 거였다.

위안부 합의를 무시하고, 천황 사죄 요구, 징용 배상 판결 등등.

이미 아베는 한 번 총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이 과거에 했던 약속을 뒤엎겠다고 나오고 있다. 그러면 아베가 무슨 생각을 할까?

'미국이 없을 때, 한국 국민들을 경제적으로 공격해서 일본에 따르게 한다'

바로 지금 무역재제가 시작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미 아베는 한국을 완전히 굴복시키기로 작정을 한 거다. 지소미아? 불매운동? 아베는 아마 콧웃음도 안 칠거다. 지소미아는 어차피 끝장날 게 뻔한 관계였고, 불매운동은 당연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니까.

최종적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몰아내고, 일본의 말을 잘 듣는 다음 정부를 세우는 것이 아베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의 무역분쟁의 원인은 한국쪽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부는 정말 뒷감당이 안 될 일을 벌여놓은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