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찍 깨서 챈 게시글 보면 중형항모 경항모 논하는 글 있길래 일단 항모에 관해 좀 써봄.


한국 해군의 항공모함이 왜 아직 시기상조인지, 왜 문제인지 알아보자.



Ⅰ. 지원함정의 부재


일단 항공모함과 그 호위전력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은 그 강력한 전투력만큼이나 보급 처먹는 돼지 새끼임.

당장 항모에 탑승하는 인원만 봐도 보급을 얼마나 처먹을지 감이 올 거다.


한국 해군이 추진하겠다는 3~4만톤급 항모의 목록과 승조인원임.


▲ 프랑스의 샤를 드 골급 항공모함(기준배수량 38,000t, 만재배수량 42,000t)


▲ 인도의 비크라마디티야함(경하배수량 38,970t, 만재배수량 45,500t)


▲ 미국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상륙용 주정을 운용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항모(만재배수량 45,700t)


웰덱이 있거나, 상륙주정을 운용하는 강습상륙함은 제외했고, 6만톤 이상 나가는 항모, 3만톤이 채 안되는 항모도 전부 제외하고 보니 남는 항모는 대충 저 세 종이다. 프랑스의 샤를 드 골급, 인도의 비크라마디티야함, 미국의 아메리카급.


운용인원은 각각 이렇게 된다.


프랑스의 샤를 드 골급 : 함선 승조인원 1,350명, 항공대원 600명

인도의 비크라마디티야함 : 장교 110여 명, 수병 1,500명

미국의 아메리카급 : 장교 65명, 사병 994명, 해병대원 1,687명


그런데 당연히 항모를 계산하는 거니까 아메리카급에는 해병대와 해병항공대가 구분이 안 되니 일단 빼더라도 항모 한 척당 최소 1500명 이상의 식량 등을 보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 저 사람들 굶길거야?


그럼 이지스함의 탑승 인원은 어떻게 될까?


▲ 대한민국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만재배수량 10,600t)


▲ 미국의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만재배수량 8300t ~ 9700t. 건조시기의 개량형에 따라 다름)


만재 1만톤급 세종대왕함이 약 300명, 알레이버크급이 초기형 303명, 후기형 323명 정도 된다.


즉, 기본적으로 항모 전단을 구성하면 들어가는 보급인원의 수만 해도 이지스함(2~4척), 잠수함(2~4척), 항공모함이 들어가는데, 잠수함은 빼더라도 벌써 최소인원이 2000명이 넘어가는 셈이다. 육군으로 치면 좀 연대 정도?


인원만 보급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른 함선도 탄약, 미사일, 연료를 보급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항공모함은 여기에 추가로 함재기 정비와 보급에 필요한 물자가 추가로 필요하다. 당연히 항모는 전단으로 움직이니까 옆에 붙어있는 호위전력에는 이 "다른 함선 보급"이 필요하고.


덤으로 여차하면 외부진료 보내도 되는 육군에 비해, 해군은 바다 위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니까 여기 들어가는 각종 의료 시설, 의약품 등도 보급이 이뤄져야 하겠지?


이 의료 시설만 해도 장난 아닌 수준이기 때문에 거대한 항모를 10척씩이나 굴리는 미 해군이 따로 거대한 병원선을 운용하는거다.


▲ 미 해군의 머시급 병원선(만재배수량 70,473t). 현재 2척이 운용중이다.


물론 미군의 병원선은 미 육군, 해병대의 상륙작전시 후방에서 헬기로 후송되는 병력의 치료를 담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커진 측면도 있고, 미군 자체가 원정을 멀리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배가 커야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군의 지원함정 실태는 어떨까?


▲ 대한민국 해군의 한산도급 훈련함(만재배수량 6,000t)


병원선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 거야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해군은 말만 대양해군이었지 연안 해군이었고, 전투함정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으니까.


하지만 유사시 병원선으로 쓸 수 있는, 배는 단 1척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해군 유일의 훈련함으로.

이 말은 뭐냐면, 원양작전시에 병원선 지원이 불가능하단 소리임. 저거 보내고 나면 훈련이 다 멈춰야되니까. 훈련이 멈추면 이후에 전력 보충은 뭘로 하냔 말이지.


다음으로 보급을 보면, 이것도 한숨 나오는 수준이다.


▲ 대한민국 해군의 소양급 군수지원함(만재배수량 23,000톤)


▲ 대한민국 해군의 천지급 군수지원함(만재배수량 9,200톤). 위 배는 3번함 화천이다.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한 군수지원함은 총 4척.

2030년까지 보유하려고 예정하고 있는 군수지원함은 여기에 소양급이 1척 추가된다.


문제는 이 배들의 능력과 상태임.


천지급 군수지원함은 항모 취역을 논할 2030년대가 되면 퇴역마려운 상태가 된다.


AOE 57 천지 : 취역일 1991년 1월 4일

AOE 58 대청 : 취역일 1997년 12월 1일

AOE 59 화천 : 취역일 1998년 5월 1일


원래 항모 탐색개발에 나서려고 했던 시기가 작년부터였는데, 이제 와서 중형항모가 가능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이건 밀렸다고 봐야 할거고, 그럼 2033년 도입도 몇 년은 더 밀렸다고 봐야할 거임.


이 말은 빨라도 2035년이나 되어야 항모가 들어온단 소리인데, 그때쯤 되면 천지함은 퇴역해야 하고, 대청함과 화천함도 퇴역 앞두고 골골거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배 40년 쓰면 오래 썼지. 안 그래? 그걸 더 굴리면 애초에 사고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게다가 있어도 능력이 후달림.


막대한 보급을 빨아먹는 항모전단을 겨우 만재 9200톤짜리 배로 보급? 불가능한 소리다. 그런 건 꿈에서나 가능하지.


당장 만재 23,000t 소양급이 새로 만들어진 이유가 KDX 사업으로 획득한 함선들에도 효율적인 지원이 불가능해서 그런 거다. 여기서 말하는 KDX는 뭐 거창한 게 아니라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임. 소요결정이 2006년에 있었으니까 충무공 이순신급은 아닐 수도 있지만, 광개토대왕급은 3번함 취역이 2000년이라 확실함


▲ 대한민국 해군의 광개토대왕급 구축함(만재배수량 3,900t)


▲ 대한민국 해군의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만재배수량 5,500t)


이게 무슨 소리냐면 천지급 군수지원함으로는 배수량 6천톤도 안되는 배들이 원양작전 하는 것도 따라가기 버겁단 소리임.

그런데 항모전단? 원양작전? 말도 안 된다. 실질적으로는 소양급 1척만 있다고 봐야함. 소양급 2척으로 늘릴 예정이긴 한데.



그럼 다른 나라의 보급은 어떨까?


인도 해군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 정보가 그나마 있는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은 제외. 걔들은 사기치는 놈들이니까)


현재 프랑스의 군수지원함은 듀랑스급 군수지원함이 있다.


▲ 듀랑스급 군수지원함(만재배수량 18,200t ~ 18,800t). 사진은 2번함 뫼즈


프랑스 해군의 군수지원함 상태도 개판 5분전이긴 하다.


원래 프랑스 해군은 듀랑스급 군수지원함을 4척 보유하고 있었고,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새 보급함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프랑스가 돈이 없었다는 사실. 2013년만 해도 2018년에 다 바꿔줄게! 하던 프랑스 국방백서 계획은 1년만에 휴지통으로 직행하고, 예산삭감에 따라 뫼즈가 2014년 퇴역, 바가 2021년 퇴역하면서 남은 군수지원함으로는 보급이 후달리는 골때리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유럽 군축이라는 게 다 이딴 식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2척 남은 듀랑스급들은 그래도 천지급보단 보급 능력이 좀 나은 편이고, 올해(2023년)부터 만재배수량 31000t인 자크 슈발리에급 군수지원함을 최대 4척까지 도입할 예정이라는 사실임.


현재 계획은 2023년, 2025년, 2027년에 1척씩 도입하고, 상황에 따라 추가로 1척을 도입한다는 계획. 현재 1번함 자크 슈발리에는 건조는 완료했고, 취역만 안 된 상태고, 2번함 자크 스토스코프는 건조 중이니까 2척 도입까진 확실함.



항공모함을 운용하겠다는 나라에서 군수지원함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게 문제 아닐까?

일단 만들어놓기만 하면 군수지원함은 알아서 생기는 거라고 주장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이건 문제 맞다. 보급 어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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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병원선도, 병원선으로 대용할 배도 없으면서 원양작전 항모전단 같은 소리하네.

2. 보급도 못해주면서 원양작전 항모전단 같은 소리하네.

3. 항모전단 만들고 싶으면 지원 이야기부터 해라. 항모전단 자체에 들어가는 인원만 문제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