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챗봇이랑 상의해서 뽑아냈고 챗봇이랑 같이 플롯도 다듬었음.

내가 소설 같은거 안 써본지 한 10년은 됐나. 그 전에도 딱히 뭘 쓴다고 남 앞에 내세울 정도는 아니었음.

지금 쓰고 있는거긴 한데 개선할거 있으면 좀 봐?줘






“이제 곧 폰 브라운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내 방송으로 승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 우주선이 비행하는 3일간 계속 그녀를 보아왔다. 예쁘고 친절하지만 항상 단정하고 망설임이 없었으며 일은 능숙했다. 나도 저런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역추진 분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충격이나 흔들림이 느껴질 수 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시거나 과격한 움직임을 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스피커에서 기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무원의 목소리와는 달리 발음이 좋지 않았고 소리에는 잡음이 섞여 있어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우주선의 후미에서 로켓 엔진이 작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고속으로 기체가 분사되는 소리와 함께 불쾌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많은 승객들이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르다. 슈퍼 캐스트럴 훈련기가 마하 6을 돌파할 때의 긴장감에 비교하면 흔들의자에 앉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분명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다. 이 시간에도 슈퍼 캐스트럴의 콕핏에서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있어야만 했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지구가 보인다. 이 우주선은 무중력 공간에 진입한 다음부터는 선수부를 지구로 향한 채 거꾸로 된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기 때문에 목적지인 달을 볼 수 없다.


지구에는 내 부모님이 계신다. 크게 다툰 뒤로 더 이상 얼굴도 보기 싫다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와버렸지만 지구를 바라보니 벌써부터 그리운 마음이 들 것 같았다.


“아니야. 지구 따위 꼴도 보기 싫어!”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마음을 다잡았다. 약한 생각에 빠져들면 안 된다.


난 도대체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무얼 하려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충동적으로 집을 나왔고 어쩌다 보니 달로 향하는 티켓을 구입했고 머리가 좀 식은 후 깨닫고 보니 지구에서 38만 킬로미터 상공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달에 가서 뭘 해야할지도 몰랐다.


“뭐 될 대로 되라지.”


나는 나의 좌석에 깊이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공항에 도착하자 내 전화기는 버라이즌의 통신망으로 로밍 접속되었다. 통신 연결과 함께 그동안 수신하지 못한 수백통의 메신저 메시지들이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중 대부분은 부모님이 보낸 것들이었다. 부모님들은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다. 타이탄 탐사 중 실종된 할아버지처럼 나도 그렇게 잃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분들이 입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부모님의 뜻을 따르고 평생을 후회하고 한탄하며 살아가는 것도 부모님이 원하는 삶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서로의 의견은 언제나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학교에서 내준 장래 희망에 대한 에세이를 부모님과 함께 작성해 보라는 숙제로 인해 결국 서로의 감정이 폭발해버렸다.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되는 심한 말을 해 버리고 말았다. 나는 답답하고 분한 마음에 집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지금은 누구의 메시지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 학교, 친구 등등 누가 보냈건 상관 없었다. 그저 지구의 모든 것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내가 대여한 월면 차량을 찾았다. 월면차라고 해도 요즘의 모델들은 지구의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구의 아웃도어 차량에 환경유지 장치를 싣고 밀폐 처리를 위한 개조를 해놓은 정도였다.


나는 차 안에서 EVA 수트로 갈아입고 운전대를 잡았다.


“저희 달토끼 모빌리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어디로 모셔드릴까요?”


차의 인공지능이 질문했다.


“제안은 고맙지만 자동운전은 됐어. 직접 운전할거야.”


“그럼 고객님의 체형에 맞추어 수동 주행에 최적화 된 좌석 설정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차의 좌석과 페달은 내 작은 키에 맞추어 위치를 조절했다. 팔과 다리가 핸들과 페달에 편안하게 위치하고 최적의 시야를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인공지능은 미세조정을 했다.


차를 몰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 행인은 거의 찾을 수 없고 창문 없는 빌딩들로 가득한 진공의 거리가 보였다. 달에서는 우주방사선이 강하기 때문에 창문은 사치였다. 빌딩마다 밝게 빛나는 간판들 만이 폰 브라운 시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유니클로, 맥도널드, 애플, 이마트 등의 친숙한 매장의 간판들이 적막으로 가득한 도시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는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이질감을 주었다. 이런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 속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이 존재하고 있다고 간신히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달까지 손을 뻗어오는 지구식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난 그걸 피해서 도주한 것이다. 달에서까지 이런걸 보니 내가 어딜 가던 지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웃음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봐, 어디 사람의 손이 안 닿는 한적한 곳이 없을까?”


나는 인공지능에게 말했다.


“폰 브라운 시내에서는 그런 곳은 찾을 수 없습니다. 고객님 같은 요청을 하시는 경우에 저희는 도시 바깥 ‘사막’에 위치한 갈릴레오 전망대를 추천해드리고 있습니다. 구글 지도의 별점은 20년째 4.5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됐다 내가 너한테 뭘 물어보겠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은 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걸까. 아니면 무시하고 있는걸까.


“고객님께서 저의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주신다면 향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말씀해주시면 감사히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별로 기분이 좋지 않고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있고 싶다는거야.”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같은 케이스는 1년에 0.5% 정도라 일반적으로 답변의 대상으로 잘 고려되지 못하는 점을 양해 부탁…”


갑자기 인공지능의 답변이 끊어졌다. 그리고 약간 지직거리는 화이트 노이즈와 함께 인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탑승하고 있는게 서나래 군 맞습니까?”


누군가 영어로 물어보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이곳의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내 가출 사실을 추궁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대한민국 마곡 중학교 재학중이고 누리 우주 아카데미에 소속된 서나래군 맞습니까?”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의 속력을 올려 최대한 빨리 도시를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서승환 중령의 동료였던 숀 데이비스라고 합니다. 지금은 폰 브라운 시의 궤도 보안 팀의 팀장 자격으로 서나래군과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서나래군 들립니까?”


서승환은 할아버지의 이름이었다. 그가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공군을 전역했을 때의 계급이 중령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주위 사람들은 항상 그를 서 중령이라고 부르곤 했다.


나에게 할아버지의 존재는 특별했다. 나는 어린 시절 항상 할아버지에게서 그의 모험담을 들었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것 만이 나의 유일한 소원이었다. 그렇기에 할아버지의 동료였다는 사람의 부름은 거절하기 어려웠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제가 서나래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 이름도 우주비행사였던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었다. 새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의미였다.


“서군의 부모님에게서 서군이 가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마 뭔가 소식을 알만한 사람들에게 전부 연락을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지금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어요. 귀가를 권유하는 거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스피커 너머에서 폭소가 들려왔다. 어린아이의 투정이라고 생각하고 비웃는걸까. 짜증이 났다.


“아무리 할아버지의 옛 동료였더라도 훈계하려는거라면 통신은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아, 하하하. 그 고집불통인게 서 중령과 똑같아서 말이죠. 옛 생각이 좀 났어요.”


그는 한참을 더 웃었고 숨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저는 나래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해요. 아, 나래라고 불러도 되죠?”


“좋을대로 하세요. 무슨 이야기인가요?”


“저는 당신의 부모님에게 당신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지금부터 차를 몰고 가 줬으면 좋겠어요.”


“혹시 주위에서 평소 악당이라는 소리를 듣지 안아요?”


궤도 보안 팀이라면 아무리 청소년 쪽 일이 업무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경찰이 아닌가. 경찰이 미성년자에게 이런 짓을 해도 되는걸까.


“저는 그 평가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지요. 어때요. 제 흉악한 범죄 계획에 동참할 생각이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능글맞고 장난끼가 있었다. 그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할아버지의 동료였던 사람이 진짜로 나쁜 짓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 무법자 인생의 첫걸음이 될 천인공노할 계획을 말씀해 보시죠.” 그래서 나도 농담을 섞어 대답했다.


“제가 그 차로 위치 좌표를 전송할거에요. 나래는 그냥 주행 프로그램을 건드리지 않고 앉아있으면 되는겁니다.”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


망설이는 듯한 적막이 잠시 이어졌다.


“아아.. 그러니까… 뭐, 나래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에요. 아마 실망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이에요.”


상당히 의심스러운 제안이었다. 왜 목적지의 정체를 숨기는걸까.


“도대체 거기 뭐가 있는데요?” 나는 재차 되물었다.


“그게 말이죠… 실은 정체를 밝히기 어려운 곳이에요. 이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난 실업자가 되겠지만 나래는 서 중령의 손자이고, 지금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나래에게 업계의 선배로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비밀을 지켜주세요. 알겠죠?”


“알았어요. 호의는 감사히 받도록 할께요.”


“그럼 서나래군의 이번 달 여행이 의미 있기를 빌어요. 나중에 공항에서 보자고요.”


데이비스의 통신이 종료되었고 인공지능이 되돌아왔다.


“방금 제 작동에 오류가 발생했던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입력하신 위치로 주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차는 자율주행으로 달의 도시를 빠져나갔다. 도시의 외곽으로 향하며 도로의 챠량은 점차 줄어들었고 내 차는 점차 속력을 냈다.


폰 브라운 시를 빠져나오자 광막한 달의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포장도로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드디어 창 밖에서 영상으로 본, 닐 암스트롱이 거닐던 원초의 평원이 보였다.


군데군데 달의 광석을 채굴하는 광산이 보였고 많은 로봇과 인간이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트럭 주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왔음에도 차는 멈추지 않았다. 비포장 구간에 들어서자 차는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주 아카데미의 답사 여행에서 보스토치니 우주 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시베리아의 망가진 도로를 험난하게 달렸던 기억이 났다.


목적지를 확인하기 위해 차의 터치패널을 만져보려 했지만 어떤 버튼을 눌러보려 해도 <<열람 권한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커다란 빨간색 팝업 윈도우로 표시되어 위압감을 과시했다. 데이비스가 뭔가 손을 댄 것이 분명했다. 차 안에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그 뒤로 차는 쉬지 않고 15시간을 더 달렸다. 나는 녹초가 된 채로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을 둘어보아도 지평선까지 창백하게 빛나는 대지와 칠흑같은 그늘 이외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흔적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아…..”


분명 지구였다면 ‘거기 누구 없나요?’라고 큰 소리로 외쳐보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달이었고 내 소리는 EVA 수트 바깥을 넘어갈 수 없다. 마치 무인도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단지 나에게는 폰 브라운으로 되돌아갈 자동차가 있다는 것이 로빈슨 크루소와의 차이일 뿐이었다. 깊은 적막감이 느껴졌다.


사실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분위기가 싫고 지구인의 흔적을 보는게 싫었다면 결국 이 곳으로 오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숀 데이비스는 나의 요청을 그대로 들어준 것 뿐이었다. 그에게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나 스스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는데 무엇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게 38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나의 일탈의 마지막 목적지라고 생각하니 몹시 서글퍼졌다.


나는 흙투성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십억년간 한결같이 따스함이라고는 없었던 달의 태양광이 내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