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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이다. 봄과 함께 오는 많은 것들 속에 무기와 군대가 있다. 대륙의 저편,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황금빛 밀밭은 전쟁의 땅이 된 지 1년. 그 두번째 봄의 진흙탕으로 ‘제국’의 전차들이 들어온다. 어쩌면 그만한 무게의 피와 살로 값을 치러야 할지 모를 일. 대륙의 이편, 세상에서 제일 간다는 금수강산은 전쟁의 땅이 된 지 73년. 다시 또 황사와 미세먼지 속에서 폭격기가 하늘을 가르고 항공모함이 바다를 휘젓는다. 제국의 전략자산은 공짜가 아닐 터.
왜 하필 3월과 8월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는 걸까. 날 풀리고 휴가 끝내고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그래도 한편 고약하다는, 아니 슬프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인간 존재는 사실 기억의 덩어리일 뿐인데, 국가도 역사적 기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데, 제국의 압제에 온겨레가 맨몸으로 항거했던 봄날들, 그리고 그 지배에서 마침내 벗어났던 뜨거운 여름날의 기억을 위해서라도 그달들만은 피했으면 좋았을 텐데. 옛 제국에 대한 기억은 대충 잊어버리고 새 제국만을 확고히 바라보라는 ‘기획’이 숨어 있다고 느낀다면 지나친 자괴감일까.
누구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일까
냉정하게 연합훈련의 필요성에 대한 논거를 대보자. 먼저, 한반도는 아직도 분단과 전쟁(정전)의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기에 군사대비태세와 훈련은 필요하다. 한국전쟁의 주요 교전당사국 중 미국과 중국, 한국과 중국은 수교를 통해 전쟁을 끝냈다. 남북한은 여러 합의와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종전을 선언한 셈이다.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다. 명백한 적대관계로 적어도 북한 입장에서는 ‘치열한’ 전쟁 중이다.
둘째로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연합방위체제를 수립한 이상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필요성은 ‘논리적’ 귀결이다. 또한 북-미 관계로부터 남북한의 적대관계가 ‘자동적으로’ 파생된다. 셋째, 아마 가장 중요한 훈련 필요성의 논거는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나온다. 만일 북한을 무력적화통일 야욕과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악이자 적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경제제재를 통해 무릎을 꿇리거나 무너뜨릴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면 연합훈련은 확대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논거들은 충분히 반박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 힘을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가장 잘 활용하고 계속 키워주는 나라는 미국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처음부터 그 자체로서 미국의 여러 ‘전략자산’ 중 하나였다. 혈맹이요, 친구요, 동반자요 하는 말들은 주로 한국에서 통용되는 방언이다.
남의 땅에서만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는 미국은 해외주둔군을 계속 훈련시켜 항상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훈련은 미군 개인들의 경력관리에도 필수적이다. 1954년부터 미군(유엔사) 단독으로 실시했던 포커스렌즈(Focus Lens) 훈련은 한국군, 한국정부, 미국 증원전력 등이 참여하는 각종 연합훈련으로 확대 강화되어 왔다. 미국에 탈냉전기에 들어 중동 지역에서의 실전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사실 한반도 지역 한곳만 남았다. 이 지전략적 자산의 가치는 그동안 꾸준히 높아졌다.
미군은 훈련을 통해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무기들을 시험한다. 동맹의 주도권 즉, 파트너에게 대미 의존성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미국식 전투작전 개념을 이식하고 무기 판매를 촉진한다. 전술이나 작전보다 더 높은 전략 차원에서 지역 및 세계 전략을 시연함으로써 전략적 경쟁국에 대한 메시지 발신의 효과도 노린다. 한반도 지역에서의 연합훈련은 북한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연합훈련은 미국의 이익을 위하여 미국이 주도하게 되어 있다. 훈련과 작전계획 수립을 핵심 요소로 포함하는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결코 자발적으로 반환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남한 정부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소한 금지돼야 할 ‘세가지’
지난해 8월 연합훈련의 새 명칭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ld)였다. 군사훈련만 실시하는 3월 훈련은 그냥 에프에스(FS)다. 과거에 사용하던 ‘자유의 보호자’(Freedom Guardian)에 비해 사람 냄새보다 무기 냄새가 더 많이 나는 명칭이다. 그에 걸맞게 미군의 전략자산을 대규모로 전개할 예정이다. 북한도 미국의 행동에 따라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고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2월20일, 김여정 북한노동당 부부장 담화)
아무리 전쟁 위험성을 들어 연합훈련에 반대한다 해도 훈련은 예정대로 실시되고 위험성은 예고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기어이 하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지사항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첫째, 직접적인 군사충돌과 전쟁으로의 확대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전쟁이 나면 미국이 알아서, 또는 미국과 함께 승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승리를 ‘누릴’ 국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훈련과 무력시위의 상승을 자제해야 한다. 이는 첫번째 금지사항의 선행조건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미사일의 ‘시험’을 끝내고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은 전쟁처럼 하고 전쟁은 훈련대로 한다는 것, 국적 불문 모든 군대의 행동준칙이다. 자칫 자존심과 결단력의 경쟁 속에 빠져들지 않도록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양보는 강자의 몫이다.
셋째, 연합훈련에 일본까지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지난해 9월 일본의 준이지스급 구축함이, 지난달 22일 이지스급 구축함이 참가함으로써 ‘한·미·일 연합훈련’은 점점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일본의 연합훈련 참여는 대북을 넘어 한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을 의미한다. 여러 정부에 걸쳐 심사숙고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희망사항 두가지를 덧붙이자면 먼저 점차 잊혀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합훈련을 강행했던 중요한 이유가 작전통제권 환수 조건의 충족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기왕에 제대로 훈련을 하기로 했으니 이 문제도 제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힘에 의한 안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망한 소망이지만 아직 절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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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적어도 일본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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