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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한 재산분할


1. 서론

민법 제839조의2는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2항은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당사자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됨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이 아닌 것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예컨대 혼인 전부터 배우자 중 일방이 보유하고 있었던 재산이나 혼인 중 배우자 일방이 제3자로부터 증여를 받거나 상속받은 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문제는 실제로 재산분할 사건에서 많이 다투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으로는 그다지 많이 논의되고 있지 않고 실무상으로도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종래의 논의

재산분할청구권이 왜 인정되는가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의 두 가지를 든다. 청산적 요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재산분할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실질적 공동재산)이라야 할 것이다. 그 재산의 명의는 부부 중 일방의 것으로 되어 있어도 무방하다. 그런데 부부의 일방이 혼인전부터 가진 고유재산(민법 제830조 제1항 참조)이나 혼인 중에 상속을 받거나 증여를 받는 등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 없이 취득한 재산인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하여도 재산분할이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등)는 부부 중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타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가에 관하여 혼인 전에 부부 일방이 취득한 아파트에 대한 융자금 채무를 일부 변제하였다거나(대법원 1996. 2. 9. 선고 94므635, 642 판결) 혼인기간 중 상대방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였다는 것(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과 같이 가시적이고 유형적인 기여가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방 배우자가 가사노동만을 한 경우에도 특유재산의 분할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므734 판결 등).

 
현재 하급심의 실무례는 혼인기간이 장기간인 경우에는 실질적 특유재산이라 하여도 대부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키고 있고 다만 이와 같은 사정을 기여도를 정할 때 참작함으로써 구체적인 형평을 기한다고 한다.

 

이러한 실무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비판론이 있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분할대상재산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사실상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대상재산에 포함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만 포함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서술 내지 대법원의 판례와는 부합되지 않으므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가사노동은 특유재산을 유지하는 데 최소한 간접 기여 정도는 항상 한다고 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분할대상재산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넓힐 가능성이 있고 우리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부부별산제도와도 어긋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김영식, '재산분할청구의 부양적 측면에 관한 고찰', 《사법논집》 제62집, 2016, 51면 등).


반면 이러한 하급심의 실무를 옹호하는 주장도 있다. 즉 '순수한 가사노동'이 기여인지 아닌지를 따지기에 앞서 실질적인 혼인공동체를 형성하여 이를 유지하는 것 자체를 '기여'라고 보아야 하고, 그 혼인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제공한 노력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노동으로 제공되었든 간에 동일한 가치로 평가되어야 하며, 동거와 부양과 협력의 의무를 이행하는 통상적인 부부관계의 형성과 유지 자체가 '재산의 유지·증식에 대한 기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최은정·안문희 외, 《재산분할의 기준 정립을 위한 방안 연구》, 사법정책연구원, 2016, 205면 등).


3. 청산적 요소라는 관점에서의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한 재산분할

생각건대 분할청구권자가 당해 특유재산의 유지 또는 증식에 직접적으로 협력한 경우, 예컨대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전에 취득한 아파트를 담보로 차용한 채무를 다른 일방이 변제하거나, 부부 중 일방의 고유재산인 건물을 다른 일방이 수리하여 가치를 증가시킨 경우에 당해 특유재산을 분할대상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가사노동만을 하거나, 경제적인 활동을 하였더라도 특유재산의 유지 및 가치 감소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은 경우에도 특유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와 같이 본다면 상대방은 특유재산을 유지하는 데 항상 기여한다고 볼 수 있어서, 특유재산이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는 모순된다. 청산적 요소라는 관점에서는 재산분할의 제1차적인 대상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어야 하고, 실질적 특유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당해 특유재산의 유지 또는 증식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경우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청산적 요소라는 관점에서는,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거나 그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여기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였다는 것은 상당한 정도라야 하며 다른 일방이 단순히 가사노동을 담당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실무례를 옹호하는 견해는 미국법학원(American Law Institute)이 2002년에 발표한 '가족 해소의 법 원칙(Principles of the Law of Family Dissolution: Analysis and Recommendations)' §4.12가 장기간의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 특유재산을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편입할 가능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고 하는 점을 원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미국의 각 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4. 부양적 요소라는 관점에서의 특유재산에 대한 재산분할

그렇지만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않았더라도, 부양적 요소라는 관점에서는 부양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하급심 실무가 실질적 특유재산에 대하여 그 유지에 직접적으로 협력하지 않았어도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은 이러한 부양적 요소를 고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실질적 특유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려면 정면으로 부양적 요소를 내세워서 재산분할을 명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일본의 하급심 재판례는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 및 위자료적 요소에 따라 분할액을 산정한 다음 이를 합산하여 재산분할액으로 하는 것(개별합산방식)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하급심 실무에서는 이를 개별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각 요소를 나열한 다음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재산분할의 액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되면 법원이 특히 부양적 요소를 얼마나 고려하였는지를 알기 어렵다. 종래에도 이제까지의 하급심 실무는 예측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원이 재산분할을 명할 때 위자료적 요소를 포함시킬 수는 없다.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다243089 판결은 법원이 재산분할을 명할 때 위자료적 요소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하였으나 그와 같이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합의에 의하여 재산분할을 한 종래의 선례를 오해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판시도 단순한 방론(傍論, obiter dictum)에 불과하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청산적 재산분할 외에 부양적 재산분할을 명할 수 있을까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통설적 견해는 재산분할에서는 청산적 요소가 중심이고 부양적 요소는 보충적인 것이므로 부양적 요소는 분할권리자가 청산적 재산분할과 위자료만으로 생계유지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 즉 경제적으로 곤궁한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생계를 유지할 정도인 최저생활비를 지급하는가 아니면 혼인 중과 같은 정도의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견으로는 재산분할이 부양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혼인 중과 같은 정도의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하여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청산적인 재산분할만으로도 부양적 기능에 부족함이 없는 경우에는 따로 부양적 재산분할을 명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은 《가족법연구》 36권 2호, 2022. 8.에 게재된 것을 요약한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