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북한 비핵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만을 사용한다. 한반도에서 한국은 핵이 없으니까 북한만 핵 없애면 되는거니 사실상 동음이의어 아니냐고 생각될 수 있지만 전혀 다르다. 


우선 북한은 핵문제를 인과관계적으로 바라본다. 자신들이 만든 핵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6.25 침공을 일으키고 핵까지 만든 놈들이니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6.25 전쟁은 자신들이 되려 침략 당한 것이며 외부적으로도 정당방위적 전쟁이었으며 오히려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한반도 절반을 수호한 전쟁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미국이라는 존재가 현재 한반도를 동맹이나 군사적이란 구실로 핵무력이 뻗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의 핵무력에 대항하여 북한도 그에 합당한 핵무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핵을 만든 원흉은 미국이라는 것이다. 또한 군사적으로 한미훈련 등으로 위협을 하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등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미국이 핵을 소유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자체가 핵무력이라 생각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건은 핵무력을 소유한 미국이 한반도에서 최종적으로 손을 떼는 것이다. 순서적으로 미국의 핵무력이 철수되야 북한도 그것을 보고 핵무력을 해체하고 그렇게됨으로써 한반도에서 핵무력이 사라지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뜻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회담이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이며 하노이 회담이 파국이 이른 근본적 이유다. 또 치밀한 수법은 비핵화와 종전협상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만을 진행한다면 북한이 왜 핵을 만들었는가 명분이 나타나지 않고 단순히 북핵이 제거되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모양새가 된다. 그렇기에 종전협상이라는 카드를 쓰는데 전쟁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핵을 만든 이유가 전쟁 때문이며 전쟁이 종결되야 핵도 없어진다고 국제적으로 선언하는 셈이다. 종전협상을 하여 6.25전쟁이 완벽히 종결되어 남북간에 대결국면이 완전히 종료되고 미국과도 표면적으로 관계정상화가 된다면 주한미군이 남을 이유와 한미동맹의 존속 이유 등의 명분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점은 미국 관료들도 알고 있는 부분이며 종전협상이 북미회담의 핵심일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종전선언이 이루어 진다면 북한이 미군의 존재에 관하여 굉장히 공격할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북한이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동일 선상에 두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핵 소유의 이유가 전쟁상태이기 때문이란 정당방위적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테러를 위한 것도 아니고 평화를 깨기 위함도 아니며 전쟁상태에 대한 합당한 무장태세이며 이것이 해체되려면 전쟁의 종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묘하게 북한의 핵개발의 이유는 전쟁이 종결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강한 명분이 탄생하고 미국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좌익성향의 사람들이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지 않아서 북핵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화를 내는 것도 북한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고도의 전략술로 북한은 핵에 관련해서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는건 종전선언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을 계속 가지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고 종전선언이 이루어 진다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핵무력을 가진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떼라고 압박을 넣을 것이다. 


미국이 선 비핵화 그리고 후 종전선언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반대로 북한이 선 종전선언 그리고 후 비핵화를 주장하며 현재까지 북미회담이 도저히 진전되지 않는 이유인 셈이다.


미국의 주장: 북한 비핵화 -> 종전선언 

북한의 주장: 종전선언 -> 한반도 비핵화 (핵무력국 미국의 영향력 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