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제국주의가 폭발적으로 발흥했지만, 반대로 말해서 산업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제국주의는 수명의 한계를 선고받은 상황이었음.


제국주의 열강들은 1880년대에서 1910년대 사이쯤 되면 거의 대부분의 식민지에서 적자가 남. 영국에서 흑자가 나는 식민지는 인도가 유일했고(그 흑자가 어마어마해서 그걸로 나머지 적자를 다 덮어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는 게 문제긴 함), 미국은 필리핀을 필사적으로 사탕수수 농장으로 개발했는데도 적자를 못 이겨서 자치령으로 돌림. 프랑스는 본토 취급인 알제리에서도 적자가 나서 골치를 썩었고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서 석유가 나기 전까지는 사실상 방기하고 있었음.


그 적자가 나는 이유가, 이전에 정복을 하면 그 어마어마한 대가리수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항구 지역 단위로 거점을 세우고 경비대 좀 풀어놓고 해안을 따라서 지배를 했는데, 산업혁명이 터지니까 내륙 지역으로 철도를 깔고 내부에서 나오는 자원까지 다 실어와야 하는 상황이 된 거임. 그렇게 되면 실효지배 영역이 넓어지고, 그럼 그곳을 관리하는 총독에서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몽땅 본토에서 실어 보내야 함.


그러면 사실상 1개의 정부로 다수의 국가를 운영하는 체제로 접어들면서 비효율의 극치를 찍음. 1910년대를 넘어가면서 다수의 식민지가 자치령이나 괴뢰국, 보호령으로 돌려진 이유가 그거임.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을 합병할 때는 보호령과 민족말살을 거쳐서 완전히 일본화한 다음에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토 히로부미는 이걸 분명하게 꿰뚫어보고 "자치령으로 만들어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일본에게 종속되는" 지역으로 만들려고 했던 거임. 이토 사후 군부가 조선 병합을 밀어붙이면서 일본은 1910년 기준 11억 엔(참고로 당시 일본 예산이 몇억 엔을 좀 넘음)의 빚을 졌고, 1차 대전으로 이걸 극복하면서 전쟁경제 중심의 국가가 되어버려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실패하고 군부 폭주로 간 거임.


안중근의 총알 세 발은 일본 제국을 멸망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