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군 균(鈞)이 표문(表文, 황제에게 바치는 글)을 올리기를, 


"어제 왜국과 화친하는 조서가 중외에 반포되자 신은 심히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신의 짧은 지식으로 생각하건대, 저들은 본디 돌과 나뭇가지로 여진인만도 못한 생활을 하다 옛 백제에서 문물을 내려주어 겨우 사람의 행색을 하게 된 이들입니다. 그런데 백제가 망하고 수많은 시간이 지나자 그 은혜를 잊어 전조(고려) 시절에 삼한 곳곳을 유린하며 약탈과 살육을 밥 먹듯이 했는데, 이는 세묘조(세종)에 대마(대마도)를 정벌하여 왜구의 근거지를 뿌리 뽑을 때 간신히 멈추었습니다, 저들이 비로소 간청하여 삼포를 열어 교역을 하가한 지 백여 년이 넘었는데, 이번에 그 은혜를 잊고 이미 백제인이 이주하며 내지의 일부로 포함된 지 오래된 상국(대한)의 강토(규수)를 침노하여 은혜를 원수로 갚았나이다, 우리 군대가 그들을 몰아내기 전까지 구주의 우리 백성을 마치 몽고에서 전조(고려)에서 지나친 공물을 거둬가듯이 침탈하였고, 심지어는 저들이 우리 백성의 코와 귀를 경쟁적으로 베어가며 서로 그것을 전과라 하여 자랑하여 가장 많이 벤 이에게 상을 내렸다 합니다.


이러한 것 외에도 왜적의 크고 작은 악한 짓은 상국에 반기를 든 것과 더불어 감히 그 악업을 따질 수가 없으니, 이들을 제때 그 죄값을 징치케 하지 않는다면 필시 우리 나라를 업신여기게 되어 다시금 상국에 반기를 들게 될까 두렵습니다.


옛 고사에서 군왕이 역적의 3대를 멸한 것은 군왕들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그 죗값을 치르게 하여 본보기로 삼고자 함입니다.


다시금 예리한 군사를 내어 저들의 경도를 불사르고 강토를 침노케 한 일본주와 그 군주를 잡아 목을 베어 경도(수도)에 그 머리를 내걸게 하시옵소서."